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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18수(陶淵明 飮酒 20-18首)

도연명의 음주 18수는 한나라 말기 양자운(揚子雲)을 등장시켜 서한(西漢) 12대 황제인 성제(成帝)를 수행하며 올곧은 충언을 하였음을 표현하여 본인이 품고 있었던 정치적 사상을 견지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이르기를 “양약고구이어병(良藥苦口利於病)이요, 충언역이이어행(忠言逆耳利於行)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성된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군주(君主)나 상사(上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직언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유배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직언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기가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길이 남을 훌륭한 지도자는 충언을 귀담아 들었으며, 우리 몸 또한 혀가 원하는 단 맛을 뒤로하고 씁쓸한 쓴맛의 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연이어 도연명의 음주 18수를 예서체(隸書體)로 옮겨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18수(陶淵明 飮酒 20-18首)

子雲性嗜酒(자운성기주) *양운은 날 때부터 술을 좋아했으나

家貧無由得(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시뢰호사인) 가끔, 좋은 사람과 어울리기를 즐기며

載醪祛所惑(재료거소혹) 혹, 모르는 글 물으니

觴來爲之盡(상래위지진) 잔 들어 비워 마시고는

是諮無不塞(시자무불색) 모르는 글을 쉽게 일러주네.

有時不肯言(유시불긍언) 때로는 말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는데

豈不在伐國(기불재벌국) 어찌 역모를 꾀하지 않았나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라네.

仁者用其心(인자용기심) 어진 자가 그 마음을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何賞失顯默(하상실현묵) 어찌 나아감과 물러감이 떳떳하지 않으리오…

 

*양운(揚雄. BC 53 ~ AD 18)은 전한 말(前漢 末)의 학자 겸 문인으로 자 자운(子雲).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 출생이다. 청년시절에 동향의 선배인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작품을 통하여 배운 문장력을 인정받아, 성제(成帝 : 서한(西漢) 12대 황제(皇帝)) 때 궁정문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성제의 여행에 수행하며 쓴 감천부(甘泉賦), 하동부(河東賦), 우렵부(羽獵賦), 장양부(長楊賦) 등은 화려한 문장이면서도 성제의 사치를 꼬집는 풍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