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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16수(陶淵明 飮酒 20-16首)

무더운 여름을 잠시 잊고자 형제들과 함께 강원도 정선에서 이틀을 머물게 되었는데 깊은 항골계곡옆에 자리한 숙소 뒷산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조각자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나무에 대하여 기록을 찾아보면,

조각자나무는 콩과 주엽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심어 기른 것들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독락당(獨樂堂)에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이 심었다는 수령 약 500년의 조각자나무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꽃은 5∼6월에 암꽃과 수꽃이 한그루에 피며,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중부지방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잘 자란 나무는 높이 30m까지도 자란다. 조각자나무와 토종나무인 주엽나무는 서로 매우 유사하지만 조각자나무는 가시가 굵고 단면이 둥글며, 열매가 거의 뒤틀리지 않는 점이 주엽나무와 다른 점이다.

조각자나무는 약재로 쓸 목적으로 중국에서 들여와 일부 지방에서 심었던 나무이다.

열매는 조협(皁莢)이라 하며,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조협을 장조협(長皁莢)과 저아조협(猪牙皁莢)으로 구분하였다. 장조협은 풍기를 없앨 때 쓰고, 저아조협은 이빨의 병과 적(積)을 낫게 하는 약으로 쓴다고 했다.

가시는 조각자(皁角刺)라고 하여 신경통과 부스럼 등에 귀중한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에 조각자는 “터지지 않은 옹종(擁腫)을 터지게 한다. 이미 터진 때에는 약 기운을 끌고 가므로 모든 악창과 문둥병에 좋은 약이 된다.”라고 하였다. 산림경제에는 “갑작스러운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위급상황이 닥치면 조각자 가루를 먹인다.”라고 하였으며, 책에 좀이 스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도 썼다.

조각자나무 콩깍지에는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비누대용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조각자나무의 싹트는 모양으로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쳤는데 한꺼번에 싹트면 풍년이고 2∼3차례로 발아하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목재는 재질이 연하고 붉으며 나이테 모양이 아름다워서 가구재나 소반 등을 만들었다. 또한 느티나무의 대용으로도 널리 쓰였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한 조각자나무와 정선 항골계곡에서 촬영한 영상을 도연명의 염주 16수와 함께 올려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16수(陶淵明 飮酒 20-16首)

少年罕人事(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유호재육경)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엄류수무성)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경포고궁절)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기한포소경)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네

弊廬交悲風(폐려교비풍)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황초몰전정)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밤

晨鷄不肯鳴(신계불긍명)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翳吾情(종이예오정)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구나

 

*육경(六經) :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악기(樂記), 역경(易經), 춘추(春秋)의 6가지 경서.

*맹공 진준(孟公 陳遵. ?~?)은 서한(西漢)의 문학가 및 서법가로 자는 맹공(孟公)이고 두릉(杜陵 : 현재의 서안西安)) 사람이다. 서법에 능해 서신을 받아 소장한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겼다. 또 자신을 찾아온 손님과 술을 마시기 위해 손님이 타고 온 수레의 바퀴에서 비녀장을 빼 우물 속으로 던져버렸다고 한 데서 ‘진준투할(陳遵投轄)’이라는 성어가 생길 만큼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기를 좋아하였다. 반도(叛徒)들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워 가위후(嘉威侯)로 봉해졌다. 왕망(王莽)이 그의 재능을 아껴 하남태수(河南太守)로 삼았고, 후에 구강도위(九江都尉)와 하내도위(河內都尉)를 역임했다. 지협전(芝莢篆)을 창시했다.

 

(정선 항골계곡 풍경)

정선 항골계곡 탑고을 공원
항골계곡
탑고을 돌탑
수령이 족히 100년이 넘어보이는 조각자나무
거친 수피와 큰 가시 조각자(皁角刺)가 특징이다. 조각자 나무는 가시에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