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머무는 세종에 온종일 굵은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연일 보도되는 기록적 집중호우로 발생한 산사태, 홍수, 제방붕괴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극심하다. 마치 자연의 균형과 조화가 균형을 잃고 극한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그래서 처음 등장하는 극한호우(極限豪雨)라는 단어가 낮 설지 않다. 이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고스란히 치르는 과정이며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한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아주 먼 훗날 또 다른 개체가 지구에 나타나 인간을 정의한다면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류가 탄생하였으나 그간 쌓아 올린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단시일 내 마구잡이로 파괴하여 스스로 멸종의 길을 자초한 한편으론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오명(汚名)을 남길 것이며 이 오명에서 벋어 날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 우보산곡님께서 댓글에 블로그 작품을 보면 협서(夾書)와 낙관을 볼 수가 없는데 특별한 의도나 까닭이 있으신지 문의하셨는데, 협서는 본문을 쓰고 주로 왼편에 시기(時期)를 표시하는 것이며, 왼편에 쓰는 글은 편서(便書), 오른편에 쓰는 글을 방서(傍書)라 한다.
내가 쓴 글씨는 작품이 아니며 서연지(書練紙)에 서법적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선정한 고전을 내용중심으로 함께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자연스레 써 내려가는 것이기에 굳이 작품다운 구색을 갖추고자 함이 아니며, 낙관을 날인할 만큼의 관련지식과 필력이 미천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전각(篆刻)의 세계에 심취하여 집도(執刀)하여 전각석(篆刻石)에 새겨지는 음양의 조화에 매료된 적이 있어 차제에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연이어 도연명의 음주 8수와 함께 주변 시절풍경을 올려보았다.
도연명 음주 20-8수(陶淵明 飮酒 20-8首)
靑松在東園(청송재동원) 동쪽 정원에 홀로 선 푸른 소나무
衆草沒其姿(중초몰기자) 무성한 풀에 묻혀 안 보이더니
凝霜殄異類(응상진이류) 서리 내려 초목이 시들자
卓然見高枝(탁연견고지) 높은 키 우뚝 솟아 보이는구나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잡초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 보았으나
獨樹衆乃奇(독수중내기) 홀로 남으니 더욱 당당하구나
提壺掛寒柯(제호괘한가) 술 병을 솔가지에 걸어 놓고
遠望時復爲(원망시부위) 멀리 바라보며 회고해 보니
吾生夢幻間(오생몽환간) 내 삶은 한바탕 꿈과 환상 이거늘
何事紲塵羈(하사설진기) 무슨 일로 풍진세상 나그네로 얽매여 지내리오
(시절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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