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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오류선생전(陶淵明 五柳先生傳)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은 도연명의 자전(自傳)이다. 하지만 오류선생전 에서는 스스로의 전기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보고 읽으면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의 가공인물의 초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연명의 사후 사람들은 오류선생전을 도연명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해 왔다. 오류선생전은 겨우 170자 정도의 짧은 문장으로 그의 삶과 이상(理想)을 여덟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버드나무와 중국문학에 대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상징성과 그의 행장을 알 수 있는 명문장으로 이해되고 있어 이를 행서로 자서해 보았다.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先生(선생) 선생은
不知何許人(부지하허인) 어디쯤의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亦不詳其姓字(역부상기성자) 그 성명과 자()도 자세하지 않다.
宅邊有五柳樹(택변유오류수) 집 주변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으니,
因以爲號焉(인이위호언) 그것으로 호()를 삼았다.
閑靖少言(한정소언) 한가롭고 조용하여 말이 적었으며,
不慕榮利(부모영리) 명예나 실리를 바라지 않았다.
好讀書(호독서)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不求甚解(부구심해)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每有意會(매유의회) 매번 뜻이 맞는 글이 있으면
便欣然忘食(편흔연망식) 즐거워하시며, 밥 먹는 것도 잊곤 하셨다.
性嗜酒(성기주) 성품이 술을 좋아하지만,
家貧不能常得(가빈부능상득) 집이 가난하여 항상 즐기지는 못하였다.
親舊知其如此(친구지기여차) 친구들이 이와 같은 처지를 알고는
或置酒而招之(혹치주이초지) 간혹 술을 준비하여 그를 부르면,
造飮輒盡(조음첩진) 마시는 데에 이르러서는 언제나 다 마셔버려
期在必醉(기재필취) 반드시 취하고야 말았다.
旣醉而退(기취이퇴) 취한 뒤에는 물러나는데 인색하지 않아,
曾不吝情去留(증부린정거유) 가고 머무름에 미련을 두지 않으시었다.
環堵蕭然(환도소연) 방은 좁아 쓸쓸하고 조용하였으며,
不蔽風日(부폐풍일) 바람과 햇빛을 가리지도 못하였다.
短褐穿結(단갈천결) 짧은 베옷을 기워 입으시고,
簞瓢屢空(단표누공) 광주리와 표주박(밥그릇)은 누차 비어도
晏如也(안여야) 태연하시었다.
常著文章自娛(상저문장자오) 항상 문장을 지어 스스로 즐기면서,
頗示己志(파시기지) 자못 자신의 뜻을 나타내시었다.
忘懷得失(망회득실) 득실(得失)에 대한 생각을 버리시어,
以此自終(이차자종) 그러한 상태로 일생을 마치려 하시었다.
贊曰黔婁有言(찬왈검루유언) 논평하시기를 *검루(黔婁)의 말에
不戚戚於貧賤(부척척어빈천) "가난하고 천함을 근심하지 않으셨고,
不汲汲於富貴(부급급어부귀) 부하고 귀한 것을 애쓰지 않으셨다”라고 말씀하셨다.
極其言(극기언) 그 말씀을 잘 새겨보면
玆若人之儔乎(자약인지주호) 검류는 오류선생과 같은 무리일 것이다.
酣觴賦詩(감상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어
以樂其志(이락기지) 그 뜻을 즐기셨으니,
無懷氏之民歟(무회씨지민여) 무회씨(중국 상고의 제왕이름)의 백성인가?
葛天氏之民歟(갈천씨지민여) 갈천씨(중국 태고때 임금)의 백성인가?

* 검루(黔婁) :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은사(隱士)로 청빈한 삶을 살았으며 위왕(威王)의 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