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청렴(淸廉)한 자가 드물다.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하는데 모든 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사회생활에서 반드시 마음속 깊이 새겨 행동에 한 점의 흐트러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영부인이 명품 백을 받아 윤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로부터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의 함정에 걸린 것이라고 하지만 받았다는 그 자체가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미수 허목(眉叟 許穆)선생의 시로 알려진 한 수를 소개한 바 있는데 다시 살펴보면
雪厚盈尺(설후영척) 한자 이상 쌓인 찬 눈 속에
問足物何(문족물하) 문안으로 족한데 웬 물건인가?
毛可米否(모가미부) 붓은 허락하나 쌀은 아니 된다
可留否送(가유부송) 붓은 남겨두고 쌀은 돌려보내노라.
혹한 날씨에 외딴곳에서 청빈(淸貧)한 삶을 살아가는 미수선생에게 걱정이 앞서 눈을 헤치고 쌀과 붓을 들고 찾아온 제자에게 정성을 붓으로 대신하는 훌륭한 스승의 면모가 가슴에 와 닫는다.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뛰어난 유학자(儒學者)이며 실학자(實學者)인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율기육조(律己六條)에 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율기육조(律己六條)'는 목민심서(牧民心書) 중 하나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을 제시하는 글이다.
'율기(律己)'란 몸을 다스리는 규율(規律)이며, '육조(六條)'는 육체적인 일과 정신적인 일을 모두 다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율기육조'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청렴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 염자 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원 불렴이능목자 미지유아(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 청렴은 지도자의 기본 임무로, 모든 선의 근원이요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지도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 화뢰지행 수불비밀 중야소행 조의창의(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 :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히 하지 않으랴만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난다.)
○ 궤유지물 수약미소 은정기결 사이행의(饋遺之物 雖若微小 思情旣結 私已行矣 : 선물로 보내온 물건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은혜의 정이 맺어졌으니 이미 사사로운 정이 행해진 것이다.)
겨울의 정점답게 한낮의 기온이 영하 6도를 가리키며 눈보라와 함께 바람이 세차다. 이 또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이자 자연의 섭리(攝理)이리라.
연이어 도연명(陶淵明)의 귀원전거(歸園田居) 5수(首)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귀원전거(歸園田居 : 전원으로 돌아와 살면서) 其五.
悵恨獨策還(창한독책환) 비통함에 홀로 지팡이 짚고 돌아와,
崎嶇歷榛曲(기구역진곡) 잡목 덤불 우거진 구비를 지나네.
澗水淸且淺(간수청차천) 산골의 맑은 물은 얕게도 흘러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더럽혀진 나의 발을 씻을 만하네.
漉我新熟酒(녹아신숙주) 담근 술이 익어 처음으로 거르니,
隻雞招近屬(척계초근속) 닭 한 마리 가까이 무리를 부르네.
日入室中闇(일입실중암) 산 넘어 해는 지고 방 안 어두워,
荊薪代明燭(형신대명촉) 나뭇단 불지펴 촛불 대신 밝히네.
歡來苦夕短(환내고석단) 즐거운 마음에 저녁 짧음 괴로워,
已復至天旭(이복지천욱) 벌써 아침 하늘이 훤히 밝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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