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명이 '고전과 전원'이다.
현실에 맞게 소박한 텃밭을 일구며 선조들이 남긴 고전적 요소와 발자취를 찾아 당시의 애환을 함께하며 구고심론(求古深論)의 자세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개설초기 우리나라에는 재배되지 않은 다소 생소한 특용작물을 주제로 직접 길러 보며 식물들이 가지는 독특한 생태를 연구하고 2~3년간 재배경험 공유를 목적으로 전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아마란스, 퀴노아, 열매마, 타로, 히카마, 차요테 등 특용작물 위주로 재배하게 되었다.
작물 중 히카마와 차요테는 백화점에도 진열되어 있어 점진적으로 기후조건에 맞는 지역특산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곧 봄이 다가와 주말이면 텃밭에 나가 쟁기, 삽, 곡괭이와 함께 밭을 일궈가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할 것이다.
농사일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잡초는 주로 산과 들판에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로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수난을 당하기에 '잡풀', '풀때기'라고도 한다.
잡초의 대부분은 인간에게는 별 쓸모가 없지만 번식만큼은 왕성해서 농업에 있어선 재배 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 먹는 건 물론이고, 잎사귀나 줄기가 작물을 뒤덮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까지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필요에 의하여 재배되는 작물은 잡초와의 전쟁에서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잡초는 끈질긴 생명력을 물려받은 씨앗은 기본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땅속에서 버티는 능력이 있어 근절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마다 잡초와의 전쟁에서 패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잡초는 토양을 더욱 거름지게 하고 해충이 먼저 공격할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그늘을 만들어 토양의 건조를 지연시켜 황폐화를 막아준다. 앞으로 잡초와 더불어 함께하는 영농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 국토를 순식간(瞬息間)에 점령하여 농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환삼덩굴, 가시박, 돼지풀 등 외래종은 우선 제거대상이다.
연이어 소개하고자 하는 도연명(陶淵明)의 귀원전거(歸園田居) 5 수중 2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는 시골 생활의 평온함을 의도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꾸밈이 없는 소박한 언어로 조용하고 순수한 전원생활을 즐기며 적응해 나가고자 하는 작자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귀원전거(歸園田居 : 전원으로 돌아와 살면서) 其二.
野外罕人事(야외한인사) 시골이라 속된 인간사 드물고
窮港寡輪鞅(궁항과윤앙) 궁벽한 곳이라 오가는 수레가 드물어
白日掩荊扉(백일엄형비) 한낮에도 사립문 굳게 닫혀 있고
虛室絶塵想(허실절진상) 텅 빈 집은 잡된 생각도 끊어졌네.
時復墟曲中(시부허곡중) 이 무렵 옛 마을로 다시 돌아와
披草共來往(피초공내왕) 풀숲을 헤치고 함께 오가네.
相見無雜言(상견무잡언) 서로 만나서 헛된 말 없으며
但道桑麻長(단도상마장) 다만 서로 농사일만 이야기한다네.
桑麻日已長(상마일이장) 뽕잎과 삼 줄기는 날마다 자라나고
我土日已廣(아토일이광) 나의 밭은 하루하루 넓어져 간다네.
常恐霜霰至(상공상선지) 늘 걱정은 서리나 싸락눈 갑자기 닥쳐
零落同草莽(영락동초망) 농작물이 풀 더미와 함께 시들어버리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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