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지나면 24절기 중 마지막이 바로 대한(大寒)이다. 그 다음 입춘(立春)인 것을 보면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에 서있다. 지난주 한파가 가장 낮은 기온으로 기록될 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올 겨울은 평균기온이 2.3도 평년(0.6)보다 1.7도 높았고 강수량도 많았다.
따뜻한 겨울로 노균·탄저병,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 주요 병해충 발생이 빠르고 발생량도 많아질 것이며, 월동 해충도 겨울철 고온이 지속되면 부화시기가 5~10일 빨라지고 개체수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올해도 주말농장에서 해충과의 전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겨울의 정점에 서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갈망하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신석정 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가 절로 떠오른다.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함께 살펴볼 대한(大寒) 관련 한시는 송(宋)의 시인 소옹(邵雍 : 邵康節)은 대한음(大寒吟)으로 절기 이름에 맞게 대한의 정취가 구마다 잘 나타나 있다. 내린 눈이 녹지도 않았는데 그 위로 눈이 또 쌓여 사립문이 눈에 막혀 열 수 없고 섬돌 앞 평상도 꽁꽁 얼어서 은빛으로 변했다. 처마 끝에 종유석 같은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으며, 맑은 날인데도 혹한의 날씨에 해가 그리 빛나 보이지 않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사람 입마다 혀가 있으나 입이 얼어 말을 할 수가 없다.
필설(筆舌)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대한의 혹독한 추위를 절묘하게 읊었기에 이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대한음(大寒吟 : 대한 절기를 맞이하며 읊다.)
舊雪未及消(구설미급소) 묵은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新雪又擁戶(신설우옹호) 새로 온 눈이 다시 사립문을 막아버렸네.
階前凍銀床(계전동은상) 섬돌 앞에는 얼어붙은 은빛 평상이 있고
檐頭冰鍾乳(첨두빙종유) 처마 끝에는 얼음 종유석이 매달렸네.
清日無光輝(청일무광휘) 맑은 해는 추위에 빛을 잃었고
烈風正號怒(열풍정호노) 매서운 바람이 마침 성난 듯 불고 있네.
人口各有舌(인구각유설) 사람 입마다 각각 혀가 있지만
言語不能吐(언어불능토) (대한 추위에 입이 얼어) 말을 내뱉지 못하네.
소옹(邵雍 1011 ~ 1077)은 북송의 역학가(易學家)이자 선천학(先天學)의 창시자다.
범양(笵陽 : 지금의 北京) 출신으로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형장으로 이주했다. 자는 요부(堯夫)고, 호는 안락선생(安樂先生) 또는 이천옹(伊川翁)이라 했다. 시호가 강절(康節)이어서 주로 소강절(邵康節)로 불린다.
1026년 16세 때 소문산(蘇門山)에 터를 잡고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각고의 노력으로 책을 읽고 천하를 떠돌며 견문을 쌓아 마침내 ‘도가 여기에 있구나’라며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북해(北海)의 이지재(李之才 : 자는 정지(挺之))를 스승으로 모시며 하도낙서(河圖洛書 : 고대 중국에서 예언(豫言)이나 수리(數理)의 기본이 된 책)와 복희(伏犧)씨의 8괘, 천문, 역법 등을 배워 크게 깨쳤다. 또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을 했다.
인종 강정(康定) 원년인 1040년, 그가 30세 되던 해에 허난(河南) 지역을 떠돌다 부모의 무덤을 이수지역에 이장함으로써 허난 사람이 되었다.
인종 황우(皇祐) 원년인 1049년에 낙양(洛陽, 지금의 허난성 뤄양시)에 정착하여 가르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인종 가우(嘉祐) 7년인 1062년에는 낙양 천궁사(天宫寺) 서쪽 천진교(天津橋) 남쪽으로 이주하여 스스로를 안락선생이라 부르며 살았다. 외출할 때면 한 사람이 끄는 작은 수레를 탔다.
인종 가우 연간과 신종 희령(熙寧) 연간에 장작감주부(將作監主簿) 등의 벼슬을 제안받았지만 그는 병을 핑계로 모두 사양하고 평생을 낙양에 은거하며 살았다.
희령 10년인 1077년에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철종 원우(元祐) 연간에 강절(康節)이란 시호가 내려졌다.
그는 부필, 여공저, 사마광 등 보수적 성향의 구법당(왕안석 등의 신법에 반대한 보수파) 인물들과 사귀며 당대의 학자로 평생을 보냈다.
그의 철학은 도가사상의 영향을 받고 유교의 역철학(易哲學)을 발전시킨 특이한 수리철학(數理哲學)이 특징이다. 선천학(先天學)이라는 새로운 역학을 창시하고 만물은 모두 태극에서 말미암아 변화, 생성한다고 주장했다. 음(陰) · 양(陽) · 강(剛) · 유(柔)의 4원(四元)을 근본으로 하고, 4의 배수로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다. 이 철학이 독일의 철학자 G. W. F. 라이프니츠의 이치논리(二値論理 : 진(眞)과 위(僞)를 진리로 보는 논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도 있다.
대표적 저술인 『황극경세서』(62편)는 천지간 모든 현상의 전개를 수리로 해석하고 그 장래를 예시한 철학서이다. 『관물내외편(觀物內外編)』(2편)에서는 허심(虛心, 마음을 비움)과 내성(內省, 자기 성찰)의 도덕 수양법을 설명했다.
그 외 저서로 『선천도(先天圖)』, 『어초문대(漁樵問對)』, 『관물편(觀物篇)』, 시집인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20권), 『매화시(梅花詩)』 등이 있다.
허난성 뤄양시 이촨(伊川)현에 그의 무덤이 있는데, 청나라 때의 석조물과 중화민국 시기의 중수비 등이 남아 있다. 1963년에 허난성 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되었고, 1986년에 무덤이 대대적으로 정비되었다.
소옹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소옹(소강절) 청야음, 호월음(邵擁 邵康節 淸夜吟, 胡越吟) 2수 (tistory.com)
소강절 세한음(邵康節 歲寒吟) (tistory.com)
'삶의 향기 > 차한잔의 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석 박준원 간화(錦石 朴準源 看花) (1) | 2025.01.21 |
---|---|
매월당 김시습 유객(梅月堂 金時習 有客) (1) | 2025.01.17 |
소강절 환희음(邵康節 歡喜吟) (0) | 2025.01.10 |
성재 신익상 소한전일설후대풍(醒齋 申翼相 小寒前日雪後大風) (2) | 2025.01.08 |
학포 양팽손 우음(學圃 梁彭孫 偶吟) (2) | 2025.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