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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매월당 김시습 유객(梅月堂 金時習 有客)

빠짐없이 영종도 백운산을 오르는 칠흑 같은 길 이른 새벽공기가 차갑다. 쉬지 않고 40여분을 오르면 정상에 다다르는데 오늘따라 마침 고등학교 남학생 몇몇이 먼저 올라와 인천공항을 바라보며 예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여간 반갑기 그지없다.

산을 찾는 젊은 사람을 만나면 절로 생기가 돋기 마련이다. 새벽 산행은 하루를 상쾌하게 여는 원동력이자 활기찬 일과를 시작하는데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 샘이다.

 

내가 일하는 공동주택건설 현장에 콘크리트 타설 전 시공사가 사전 작업한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감리(監理)로서 검측(檢測 : 시공사가 설계도서 및 기술기준대로 수행한 것에 대하여 검사(檢査)하고 측정(測定)하는 일)을 하는 도중 철근결속 작업을 하는 외국인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며 今天的 天氣 不太冷,是嗎?(오늘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쵸?) 하며 인사를 건내니 깜짝 놀란다.

 

모든 건설현장의 시공인력들은 대부문 외국인들이다. 흔히 말하는 3D(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스러운(dangerous)) 일에 종사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직종의 인건비가 지나치게 상승하고 노동생산력이 낮아져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에 1990년대에 들어서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인력이 몰려들어 이들 업종에 대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외국 건설노동자들이 없다면 현장은 멈추게 될 것이기에 지금 외국인에 의하여 지어지는 공동주택(아파트)은 더 이상 Made in Korea 아니다.

 

동지(冬至)가 지난 지 1달이 되어간다. 하루 낮 길이가 약 2분 정도 길어지기에 2월 중순 경에는 남녘으로부터 매화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살펴볼 김시습(金時習)의 유객(有客)시는 그가 4월 초순경 춘천 오봉산의 청평사를 찾아 화창한 봄의 정취를 느끼며 읊었으리라. 그때의 상춘감흥(賞春感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유객(有客 : 나그네)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청평사를 찾은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봄 산에 마음대로 노니네.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새 지저귀지만 외로운 탑은 고요하고

花落小溪流(화낙소계류) 떨어진 꽃잎 작은 시내를 흐르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싱그러운 채소는 때를 알아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향기로운 버섯은 비 내긴 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시 읊조리며 신선의 골짝에 들어가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나의 백 년 근심 사라지네.

 

청평사(淸平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新興寺)의 말사(末寺)이며 춘천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소양호 한쪽에 우뚝 솟아 있는 오봉산(五峯山 : 과거 淸平山ㆍ慶雲山) 기슭에 자리했으며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되었으며 세 번의 중창과 조선 명종 때 보우대사(普愚大師)가 중건하여 대사찰이 되었다. 한국전쟁 때 거의 소실된 것을 1970년대에 전각들을 다시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고 범종각과 요사채를 앉혔다.

천년이 넘은 고려선원(高麗禪園)의 정취와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청평사를 포함한 주변 일대가 명승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 영지(影池)는 일본이 자랑하는 교토(京都) 사이호사(西芳寺)의 고산수식(枯山水式) 정원보다 200년이나 앞선 정원이다.

청평사의 현존건물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보전(極樂寶殿), 삼성각(三聖閣), 회전문(廻轉門, 보불 제164호), 관음전(觀音殿), 나한전(羅漢殿), 요사채(寮舍寨) 등이 있으며 문화유산으로는 공주와 상사뱀 설화, 강원도문화재자료 제8호인 삼층석탑(공주탑)을 비롯하여 문수원기, 진락공 부도(眞樂公 浮屠), 환적당 부도(幻寂堂 浮屠), 세향원(細香院) 등이 있다.

다양한 교통수단 중 특히,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방문할 수 있어 일명 ‘섬 속의 절’이라고도 불리며 춘천의 필수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청평사)

(대한불교 조계종 청평사 홈페이지 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