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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당 시인 기무잠 과융상인난야(唐 詩人 綦毋潜 過融上人蘭若)

가끔 한시를 접하다 보면 난야(蘭若)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단순 절 또는 암자로만 알고 있기에 듣기에 거부감이 없고 뭔가 의미 있는 요소가 담겨 있을 것 같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난야(蘭若 )는 금강경(金剛經)제9분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의 끝부분에 나오는 용어인 산스크리트어 āranya로 '아란야(阿蘭若)'는 난야(蘭若)라 적고 산중(山中)또는 들판(野)이라는 뜻이며, 촌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머물며 수행하기 적당한 조용한 곳을 의미한다. 

그래서 원리처(遠離處), 적정처(寂靜處), 공한처(空閑處), 무쟁처(無諍處), 를 난야(蘭若)라고 번역되고 있다. 

출가한 수행자가 머무는 곳을 통칭하는 말이며, 절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수행자들이 수행하기 적당한 곳으로는 인가(人家)와 너무 떨어진 곳은 탁발(托鉢)하기에 불편함으로 일반적으로는 마을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겨우 들릴 정도로 떨어진 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구색을 갖춘 사찰보다 오로지 수행만을 위한 청정수행처로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은 깊고 높은 산에 혼자 또는 도반(道伴) 몇몇이 모여 소박하고 아담하게 지은 띠집 이거나 토굴 또는 바위틈에 지은 조그만 암자를 의미하는 것 같다.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당(唐) 시인 기무잠(綦毋潜)의 과융상인난야(過融上人蘭若)로 시인이 높은 산 정상에 위치한 암자에 올라 수행중인 친구를 방문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해질 무렵까지 여유롭게 경치를 즐기며 내려오는 도중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에 다시 한번 희미하게 펼쳐진 청산을 바라보며 지은 걸작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과융상인난야(過融上人蘭若 : 융 화상의 수행처를 지나면서)

山頭禪室掛僧衣(산두선실괘승의) 산꼭대기 암자에 가사 걸려 있는데

窗外無人溪鳥飛(창외무인계조비) 보이는 사람 없고 물새들만 날고 있네

黃昏半在下山路(황혼반재하산로) 해 질 무렵 산길을 내려오다가

却聽鐘聲連翠微(각청종성연취미) 종소리에 돌아보니 청산은 푸르게 펼쳐있네

 

기무잠(綦毋潜 692~749)은 당(唐) 나라 시인으로 자는 효통(孝通), 계통(季通)으로 형남((荊南 : 지금의 후베이성(湖北省))사람이다. 726년 진사(進士)에 올랐으나 한 때 관직을 버리고 강동(江東)으로 돌아간 이후 복직하여 집현원대제(集賢院待制)로 들어가 관직을 두루 거쳤으며 은퇴하여 만년에 강남(江南)에서 은거했다. 왕유(王維)와 더불어 왕창령(王昌齡), 이기(李颀), 저강희(儲光羲) 등과 교유(交遊)했다.

그의 시풍은 산수의 고적(孤寂)한 정경(情景)을 청수(淸秀)하게 묘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둔세유거(遁世幽居)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왕유는 그의 시풍을 높게 평가했으며 그가 남긴 시는 전당시(全唐詩) 1권에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