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사시(田家四時)는 고려 후기에 김극기((金克己. 1150? ~ 1209?, 고려 명종(明宗) 때 문인으로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노봉(老峰))가 지은 오언율시 4 수로 동문선(東文選) 권 4에 수록되어 있다. 농가의 사계절, 즉 춘, 하, 추, 동 각각 한 수씩 읊었는데 소개하고자 하는 넷째 수는 겨울(冬)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겨우살이에 대비하여 초가집을 고치고 나서 매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가 잡아온 고기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소혈(巢穴 : 소굴, 오두막)과 같은 옹색한 농민들의 생활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노봉 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그의 시 어옹, 통달역(老峰 金克己 詩 2首 漁翁, 通達驛)에서 살펴보았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전가사시는 작자가 나그네 살이의 과정에서 직접 본 농촌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농촌사회의 원인적인 가난함과 비리 등을 파헤친 것으로 표현력의 사실성이 돋보이는 시이다.
그의 문집 김거사집(金居士集)은 1220년경 당시의 집권자 최우(崔瑀 : ? ~ 1249 고려시대 무신으로 무신정권의 제6대 집권자로 禹, 怡로 개명함)의 명에 의해 고율시(古律詩)·사륙(四六)·잡문(雜文) 등을 모아 한국문학사상 초유의 대규모인 135권으로 간행되었는데, 15세기까지는 전승된 듯하나 그 후 실전(失傳)되었다.
특히, 동문선(東文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에 시 260여 수가 남아 있고, 산문은 동문선, 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등에 60여 편 남아 있다. 그가 삼한시귀감(三韓詩龜鑑 : 조선 초기에 조운흘(趙云仡)이 엮은 한시집)에 가장 많은 시가 뽑힌 시인이라는 데서 여말까지의 그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 대하여 최자(崔滋 1188 ~ 1260)는 표현이 맑고 내용이 풍부하다고 평하였으며, 후대의 비평가들은 의경(意境 : 작가가 스스로 체득하고 인식한 내적 형상)이 온자(溫藉 : 포용력이 크고 점잖음)하고 시어 구사가 유려(流麗)하여 기상이 호방(豪放)하다고 찬양했다.
그의 시는 자연과의 교감을 부드럽게 표현하거나 사대부로서의 고민과 전원 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 많으며, 농민의 삶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이 특히 주목된다. 사(詞) 3편이 남아 있어 이른 시기에 사를 지은 문인이라 할 수 있다.
긴 긴 겨울이 지난 후 봄이 찾아오면 봄을 비롯하여 계절에 맞게 나머지 3수를 차례로 올려보고자 한다.
전가사시(田家四時 : 농촌의 사계절) - 동(冬)
歲事長相續(세사장상속) 해마다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져
終年未釋勞(종년미석로) 한 해가 다 가도 일을 끝내지 못했네
板簷愁雪壓(판첨수설압) 눈에 짓눌린 판자 처마가 걱정되고
荊戶厭風號(형호염풍호) 바람에 삐걱 데는 싸리문 소리도 싫네
霜曉伐巖斧(상효벌암부) 서리 내린 새벽에는 나무하러 가고
月宵乘屋綯(월소승옥도) 달밤에는 지붕 얽을 새끼 꼬아야지
佇看春事起(저간춘사기) 봄 농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舒嘯便登皐(서소편등고) 휘파람 불며 편안히 언덕에 올라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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