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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목은 이색 견회(牧隱 李穡 遣懷)

계묘(癸卯)년 새해가 밝았다.

지금은 양력이 보편화되어있지만 불과 100여년 전에는 음력 설날이 새해의 시작이다. 동양철학회는 한 해의 기준을 입춘(立春)이라 주장하고, 천문역리학회는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한 해 시작을 알렸는데 사주(四柱)를 어디에 기준을 두냐에 따라 약 600만명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 그냥 참고 삼아 볼일이다.

우리나라 양력은 1896년 1월 1일부터 고종(高宗)으로 인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양력(陽曆)은 태양을 기준으로, 음력(陰曆)은 달을 기준으로 한다. 양력이 1년에 365일 이지만 음력은 354일이고 이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윤달이 존재한다. 윤달은 1년에 약 11일 차이를 양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3년에 한번씩 음력 2월에 윤달을 두어 이를 보정하였다. 윤달을 공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천지신(天地神)이 인간의 삶을 감시하는 것을 잠시 쉰다고 하여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미뤄왔던 혼례를 올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좋은 일 하는 것을 삼가하는 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희망 가득찬 새해를 맞이하여 모든 이가 떠오르는 아침 새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기원하고 복을 건네주며 받는 인사를 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한 살 더 먹는 다는 것은 그리 기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새해에 내가 살아온 삶을 한번쯤 돌이켜 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어 목은(牧隱) 선생의 시 견회(遣懷)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목은 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견회(遣懷 : 삶을 돌이켜 보며)

倏忽百年半(숙홀백년반) 어느덧 내 삶이 반백 년 세월

蒼黃東海隅(창황동해우) 청황 한 동해바다 구석 땅에서

吾生元跼蹐(오생원*국척) 내 인생 본래 움츠리며 살았네

世路亦崎嶇(세로역기구) 세상살이 기구하긴 매한가지거늘

白髮或時有(백발혹시유) 백발도 혹여 때가 있을 것이고

靑山何處無(청산하처무) 청산은 어디 간들 쉴 곳 없으랴

微吟意不盡(미음의불진) 가만히 읊은 시 한 수에 생각은 끝없어

兀坐似枯株(올좌사고주) 고목 그루터기처럼 우뚝 앉아 있노라

 

*국척(跼蹐)은 국천척지(跼天瘠地)의 준말로서 위로는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 수도 없고 아래로는 허리를 활짝 펼 수도 없어서 항상 몸을 웅크리고 살아야 하는 구속된 상태를 말하는데 대체로 조정의 관직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