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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인후 백련초해 93~100(金麟厚 百聯抄解 其九十三 . ~ 其百.)

한시를 공부하는 초학자의 심정으로 6월 초 시작한 지 한 달 동안 11회에 걸쳐 1400자를 자서(自書)한 백련초해(百聯抄解)가 끝났다. 백련초해는 초학자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하여 16세기 조선 명종 때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의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 내용은 칠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한글로 해석을 붙인 책이다.

 

국가의 기본 이념인 성리학의 최전성기(最全盛期) 때 기라성 같은 학자로는 영남(嶺南)에는 이황(李滉), 조식(曺植)이 있었고, 기호(畿湖)에는 이이(李珥), 그리고 호남(湖南)에는 기대승(奇大升)과 김인후(金麟厚)가 있었다. 김인후는 전남 장성(長城) 출신으로 인종의 세자 시절 스승이었기도 하였고, 기대승이 이황과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을 할 때 자문을 구하기도 했던 대학자였다.

 

연구(聯句)에 대한 출전(出典)이 아직까지 반도 못 밝혀졌으며, 해동잡록(海東雜錄 : 조선 시대에, 권별(權鼈. 1589~1671 조선중기 성리학자)이 단군 때부터의 역대 사적을 여러 책에서 뽑아서 엮은 책)에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 김시습(金時習)과 연관된 것이 가장 처음에 실려 있고, 이 연구는 파한집(破閑集 : 고려 중기의 문신인 이인로(李仁老, 1152~1220)가 69세로 사망하기 직전인 1220년에 저술한 시화·잡록집)에도 있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세종(世宗) 때에도 이미 찬집(纂輯 : 자료를 모아 분류하고 일정한 기준 밑에 순서를 세워 책을 엮은 것)된 것인데, 김인후에 의해 정리되고 언해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聯句)는 주로 이백(李白), 두보(杜甫), 유장경(劉長卿) 등 당대(唐代)의 시인들이 지은 칠언율시 중에서 가져온 것이 많고, 연구(聯句)들은 대체적으로 제재(題材)별로 분류되어 있어서, ‘화(花), 산(山), 춘(春), 풍(風), 월(月), 송(松), 죽(竹), 강(江), 지(池)’ 등의 순서를 보인다. 판본에 따라 ‘백(白), 홍(紅), 청(靑)’ 등과 같이 색채(色彩) 별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 책은 당대(唐代)의 칠언율시 중에서 연구(聯句)를 선별하고 여기에 언해를 붙였다는 점에서 두시언해(杜詩諺解 : 중국 당(唐) 나라 두보(杜甫)의 시 전편을 52부(部)로 분류하여 한글로 번역한 시집)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시의 각 한자마다 음과 훈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천자문(千字文), 유합(類合 : 조선시대 한자를 수량·방위 등 종류에 따라 구별하여 새김과 독음을 붙여 편찬한 교재. 한자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 : 1527년 최세진(崔世珍)이 편찬한 한자 학습서)와 같은 성격도 지니고 있어 초학자들에게는 한시를 배우는데 교본과 다름없어 널리 암송하며 배웠을 것이다.

 

붓을 잡고 글을 쓰면서 연구(聯句)를 한번씩 음미해 본다는 것 또한 나에게 큰 공부가 되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풍류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으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들리는 모든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언제나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주변에서 쉽게 눈길이 머무는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담아보았다.

 

김인후 백련초해 93~96(金麟厚 百聯抄解 其九十三. ~ 其九十六 七  .)

鶯兒趂蝶斜穿竹(앵아진접사천죽) 꾀꼬리는 나비 따라 한가로이 대숲 사이를 날고

蟻子拖蟲倒上階(의자타충도상계) 개미는 벌레를 물고 층계를 거꾸로 오르내리네.

 

綠楊有意簾前舞(녹양유의렴전무) 푸른 실버들 가지는 마음이 있어 주렴 앞에서 춤추고

明月多情海上來(명월다정해상래) 밝은 달빛은 정이 많아 바다 위로 두둥실 오르누나.

 

松間白雪尋巢鶴(송간백설심소학) 소나무 사이의 흰 눈은 둥지 찾는 학이요

柳上黃金喚友鶯(유상황금환우앵) 버들 위의 황금은 벗 부르는 꾀꼬리로구나.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나무 그림자가 층계를 쓰는데 먼지가 나지 않고

月輪穿海浪無痕(월륜천해랑무흔) 둥근달이 바다를 뚫어도 물결에 흔적이 없구나.

 

 

김인후 백련초해 97~100(金麟厚 百聯抄解 其九十七. ~ 其百.)

殘星數點雁橫塞(잔성수점안횡새) 새벽별 드문드문 보이는데 변방에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고

長笛一聲人倚樓(장적일성인의루)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들은 누각의 난간을 의지해 조는구나.

 

天空絶塞聞邊雁(천공절새문변안) 하늘 끝 저 변방 하늘에는 기러기 울음소리 쓸쓸하고

葉盡孤村見夜燈(엽진고촌견야등) 낙엽 진 외로운 마을엔 등불만이 가물가물 보이네.

 

巷沈人靜晝眠穩(항심인정주면온) 마을이 깊고 사람의 소리 고요하니 낮잠 자기 좋고

稻熟魚肥秋興饒(도숙어비추흥요) 벼가 누렇게 익고 고기가 쌀지니 가을 흥취 절로 난다.

 

纔攲復正荷飜雨(재기부정하번우) 잠깐 기울다 다시 바르게 된 연잎엔 빗방울이 뒹굴고

乍去還來燕引雛(사거환래연인추) 어느새 갔다 다시 돌아온 제비는 새끼를 이끌고 오는구나.

 

(주변 시절풍경)

미호강 습지
가시덩굴여뀌(며느리밑씻개)
초롱꽃
엉겅퀴
당아욱
들꿩나무 열매
갈퀴나물 꽃
수국
끈끈이대나물
벌개미취
자귀나무
패랭이꽃
늦게 핀 찔레꽃
?
우단동자꽃
백일홍의 개화
산딸기
까치수염은 쌍떡잎식물 앵초목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까치수영, 꽃꼬리풀, 개꼬리풀이라고도 한다.
접시꽃
원추선인국(루드베키아)
석류
백도라지
백도라지를 감고 있는 실세삼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밭, 콩밭에 기생하는 덩굴성 일년생 초본으로 9월에 달리는 열매는 토사자로 불리는 약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