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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인후 백련초해 71~80(金麟厚 百聯抄解 其七十一. ~ 其八十.)

실로 오랜만에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내가 근무하는 세종시 공사현장 주변에도 오랜 가뭄으로 척박(瘠薄)하고 매 마른 대지에 씨앗이 날아와 싹을 튄 식물은 전달받은 강력한 유전자의 지시에 의하여 일찌감치 한 뼘도 되지 않은 크기로 자라 서둘러 꽃을 피우고 종족번식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족히 1m는 자라야 할 식물들이다. 오직 잡초만이 힘든 환경을 버티며 이겨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악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대물림이 어려운 환경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경쟁력을 기른 덕분일 것이다.

수 십 년간 주말농장을 하며 특용작물 등을 재배하고 있는 나로서도 긴 가뭄에 비가 내린다는 것은 고대하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이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 내리는 비의 가치는 가히 무가지보(無價之寶)로 인간이나 모든 식물들도 비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산업화 이전에는 대부분이 농사에 종사했듯이 우리는 모두 농부의 자손이자 후손이기 때문이다.

 

연이어 하서(河西) 선생의 백련초해(百聯抄解)를 자서(自書)해 보며 척박한 환경에서 예쁜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김인후 백련초해 71~80(金麟厚 百聯抄解 其七十一. ~ 其八十.)

輕揭畵簾容乳燕(경게화렴용유연) 멋진 주렴을 살짝 들어 제비가 새끼 치게 하고

暗垂珠淚送情人(암수주루송정인) 남몰래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정든 임을 보내는구나.

 

鬟揷玉梳新月曲(환삽옥소신월곡) 미인의 쪽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으니 초승달이 머리에 걸린 듯하고

眼含珠淚曉花濃(안함주루효화농)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을 머금으니 새벽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

 

垂柳綠均鶯返囀(수류녹균앵반전) 휘늘어진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짙은데 꾀꼬리가 돌아와 노래하고

群林紅盡雁廻聲(군림홍진안회성) 빽빽한 수풀에 붉은빛이 걷히자 돌아오는 기러기 소리 구성지네.

 

糝逕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길가에 버들 꽃이 떨어지니 흰 융단을 깐 듯하고

點溪荷葉疊靑錢(점계하엽첩청전) 다문다문 물 위의 연꽃잎은 푸른 동전을 쌓은 듯하네.

 

春色每留階下竹(춘색매류계하죽) 봄빛은 섬돌 아래 대나무에 마냥 머물고

雨聲長在檻前松(우성장재함전송) 빗소리는 난간 앞 푸른 소나무에 오랫동안 나는구나.

 

雪裏高松含素月(설리고송함소월) 눈 속의 늙은 소나무는 흰 달빛을 머금고

廷前修竹帶淸風(정전수죽대청풍) 뜰 앞의 높은 대나무는 맑은 바람을 띠었구나.

 

軒竹帶風輕撼玉(헌죽대풍경감옥) 추녀 끝 대나무에 바람이 부니 가벼이 옥을 흔드는 듯하고

山泉遇石競噴珠(산천우석경분주) 산속 옹달샘물이 돌에 부딪치니 다투어 구슬을 뿜어 토하는 듯.

 

前澗飛流噴白玉(전간비류분백옥) 앞 시내에 흐르는 물은 흰 옥구슬을 뿜는 듯하고

西峰落日掛紅輪(서봉낙일괘홍륜) 서산 봉우리에 떨어지는 해는 붉은 바퀴를 걸어놓은 듯하네.

 

閉門野寺松陰轉(폐문야사송음전) 문 닫힌 고요한 절간에 소나무 그늘이 옮겨가고

欹枕風軒客夢長(의침풍헌객몽장) 바람 부는 난간에 베개를 베고 누우니 나그네 꿈이 길구나.

 

春日鶯啼修竹裏(춘일앵제수죽리) 봄날의 꾀꼬리는 무성한 대숲에서 울고

仙家犬吠白雲間(선가견폐백운간) 신선집 개는 흰 구름 사이에서 짖는구나.

 

(주변의 시절풍경)

척박한 환경에서 일경일화(一莖一花 : 한줄기에 꽃하나)로 핀 기생초
유럽이 원산지인 끈끈이대나물 꽃. 앙증스레 핀 꽃에 눈길이 간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벌개미취. 흰색과 연보랏빛 꽃이 예쁘게 핀다.
코스모스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벌노랑이 꽃. 노랑돌콩이라고도 하며, 산과 들의 양지에서 높이 약 30 cm로 자란다. 밑동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비스듬히 퍼져서 자라며, 뿌리는 강장제 나 해열제로 사용한다.
패랭이꽃. 같은 종자라도 환경에 따라 생깔과 형태가 조그씩 다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엉겅퀴
산야를 뒤덮은 미국자리공
2m를 넘게자란 단풍잎돼지풀을 휘감고 있는 가시박. 두 식물은 대표적 외래유해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