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임인후의 백련초해는 주제가 자연, 사계절, 희로애락, 삶의 지혜와 다양한 교훈적 요소가 담겨있어 쉽게 읽으면서 지나가지 못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초학자의 마음으로 대구(對句)마다 음미하며, 그 깊은 뜻을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오랜만에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텃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 사이 토마토는 키가 훌쩍 컸고, 고추 또한 많이 자라 지지대에 끈을 묶어주고 잡초를 제거했다.
요즘 재배하는 작물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품종개량 되다 보니 사람의 보살핌 없이는 스스로 생존하지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농작물은 찾아오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예기가 있다. 매일 동료가 찾아오는 옆 농작물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들깨의 경우 물을 자주 주다 보면 비바람에 쉽게 넘어진다. 물통으로 매일 주더라도 2~3Cm 스며들기 어려워 깊이 내리지 못한 뿌리는 옆으로 뻗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가뭄에 스스로 생존을 위해 수분을 찾아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도 식물은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백련초해 앞 대구는 주로 꽃에 대한 구절이 많아 텃밭에 핀 꽃들을 사진으로 담아 올려보았다.
백련초해(百聯抄解) 7~10.
風射破窓燈易滅(풍사파창등이멸) 찢어진 창으로 바람 들어오니 등불이 꺼지기 쉽고
月穿疎屋夢難成(월천소옥몽난성) 달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니 잠을 이루기 어렵네.
花衰必有重開日(화쇠필유중개일) 꽃은 시들어도 다시 필 날이 있거니와
人老曾無更少年(인로증무갱소년) 사람은 늙으면 젊은 시절 다시 오지 않네.
花色淺深先後發(화색천심선후발) 꽃 빛이 옅고 짙은 것은 핀 날이 다르기 때문이요
柳行高下古今栽(류행고하고금재)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은 것은 심은 날이 다르기 때문이네
花不語言能引蝶(화불어언능인접) 꽃은 말이 없어도 나비를 끌어들이고
雨無門戶解關人(우무문호해관인) 비는 문이 없어도 능히 사람을 가둘 줄 아네.
백련초해(百聯抄解) 11~14.
花間蝶舞紛紛雪(화간접무분분설) 꽃밭에 춤추는 나비는 흰 눈이 흩날리는 듯하고
柳上鶯飛片片金(류상앵비편편금) 버들가지 위에 나는 꾀꼬리는 조각조각 황금이로다.
花裏着碁紅照局(화리착기홍조국) 꽃밭에서 바둑을 두니 붉은빛이 바둑판에 어리고
竹間開酒碧迷樽(죽간개주벽미준) 대숲에 술자리를 벌이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어리네.
花落庭前憐不掃(화락정전연불소) 뜰 앞에 꽃 떨어져도 어여뻐 쓸지를 못하고
月明窓外愛無眠(월명창외애무면) 창 밖에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루네.
花前酌酒呑紅色(화전작주탄홍색)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 빛 마시고
月下烹茶飮白光(월하팽다음백광) 달 아래서 차를 달이며 흰 달빛 마시네.
(텃밭풍경.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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