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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수광 시 도중(李睟光 詩 途中)

이수광(李睟光, 1563~1628)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 1585년(선조 18) 별시문과에 급제, 지제교(知製敎)를 지냈고, 1590년 성절사(聖節使)의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1592년에 북도선유어사(北道宣諭御史)가 되어 함경도 지방에서 이반한 민심을 돌이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597년에 성균관대사성이 되었으며 진위사(陳慰使)로 2번째 명나라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안남(安南, 지금의 베트남)의 사신과 교유했다. 1625년 대사헌으로서 왕의 구언(求言)에 응하여 12조목에 걸친 조진무실차자(條陳懋實箚子)를 올려 당시 가장 뛰어난 소장(疏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왕을 호종하여 강화로 갔으며, 이듬해 이조판서에 임명되었으나 66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저서로는 지봉유설(芝峰類說). 채신잡록(采薪雜錄). 해경어잡편(解警語雜篇). 잉설여편(剩說餘篇). 승평지(昇平志). 병촉잡기(秉燭雜記). 찬록군서(纂錄群書) 등이 남겼으며,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지면에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따뜻한 봄날 중국으로 사행(使行) 가는 길에 쓴 시로, 이수광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이다.

꽃피는 춘삼월이라 주변이 개나리, 진달래도 만개하여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지금의 풍경과 어울리 한시로 언덕에 있는 버들은 사람을 맞아 춤을 추듯 하늘대고, 숲 속의 꾀꼬리는 나그네 읊조림에 화답하여 울고 있다.

비가 내리다 개니 산은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고, 바람이 따스하게 부니 풀은 돋아난다. 주변 경치는 시 속에 든 그림이고 샘물 소리는 악보에도 없는 거문고소리이다.

중국으로 가는 길이 멀어 가도 가도 끝이 없는데, 어느덧 서산으로 지는 해는 아득한 봉우리를 물들인다.

 

도중(途中)

岸柳迎人舞(안류영인무) 언덕 버들은 사람 맞아 춤을 추고

林鶯和客吟(임앵화객음) 숲 속 꾀꼬리는 나그네 반겨 노래하네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비 개이니 산은 활기찬 모습이고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바람 따스하니 풀은 싹을 돋는구나

景入詩中畫(경입시중화) 주변 경치는 시 속에 든 그림이고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샘물 소리는 악보 밖의 거문고 가락인가

路長行不盡(노장행부진) 길이 멀어 가도 끝이 없는데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서산의 해는 아득한 봉우리에 걸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