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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기녀 조운 시 가증남지정(妓女 朝雲 詩 歌贈南止亭)

한시는 접하다 보면 당 시대의 풍류, 서정, 애환, 연정과 교훈적인 요소와 작자의 숨겨진 내면의 세계, 삶의 자취가 그대로 스며져 있다. 앞에서 소개된 내용과 달리 조선시대 여류시인의 시들을 접해보고자 한다. 女流詩人 하면 떠오르는 황진이, 허난설헌가 연상되지만 그 외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여류시인의 시를 찾아 그들이 느꼈던 사연들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여류시인의 흔적이 없다면 너무나 허전했을 터인데 선조들의 훌륭한 기록문화가 과거를 통해 새로움을 찾아가는데 교훈이 되고 있다.

 

朝雲은 500여 년 전 조선 전기 全州의 기녀로 알려져 있으며 생몰연대는 기록이 없다.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詩題에서 나타나듯이 남지정에게 노래하며 드리는 시(歌贈南止亭)로 드러나는 내용 속에 엄청난 내공이 숨겨져 있다. 지정(止亭)은 남곤(南袞. 1471~1527)의 호이며, 조선시대 전기의 문신이자 시인, 학자 성리학의 대가이며 호조, 병조, 이조판서를 지냈다. 이 시를 통해 추론되는 내용은 동양학 연구가인 김기님의 한시 강의 내용을 참고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지정은 당 시대 최고 엘리트의 삶을 살았으나 말년에 심정(沈貞)과 함께 기묘사화(己卯士禍)를 일으켜 조광조(趙光祖)등의 新進士林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그로 인하여 당대는 물론 후대에서 큰 지탄을 받게 되었고 만년에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평생 쓴 유작을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조운의 시는 기묘사화 이전 또는 후에 지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전에 지었다면 남곤이 이 시를 읽고 새로운 삶을 영위했을 수도 있지만 이후에 지어졌다면 조롱적인 요소가 담겨 있어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본다면 묘한 감정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여류시인들의 자취를 하나 둘 찾아가며 교훈적 요소를 찾고자 행서체로 자서해 보었다.

 

歌贈南止亭(가증남지정 : 남지정에게 노래하며 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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