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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국화 관련 한시 2수 : 고의후 영국, 백거이 영국(高依厚 詠菊, 白居易 咏菊)

깊어가는 가을 산과 들에 드문드문 노랗게 핀 국화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에 대한 시는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원진(元稹 : 당나라 시인)의 국화(菊花)의 마지막 구절인 차화개진갱무화(此花開盡更無花 : 이 꽃이 다 피고 나면 더는 꽃 볼일이 없다네.) 시구(詩句)처럼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꽃이 국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트기 전 새벽에 산에 올라 내려오는 길옆에 산국(山菊)이 피어 지나감을 멈추고 자연스레 향기를 맡아보게 된다. 그 진한 국화 향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들고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며 아침을 맑게 열어준다.

내가 가꾸는 주말농장에도 노란 황국(黃菊)이 곱게 피어 무위(無爲)한 농인(農人)이 간화대주일자가(看花對酒一長歌)의 운치를 즐기며 아쉽게 지나가는 가을을 잠시 붙잡아 보리라.

 

영국(詠菊 : 국화를 읊다)    - 고의후(高依厚)

有花無酒可堪嗟(유화무주가감차) 꽃 있고 술 없으면 가히 아쉽기 그지없고

有酒無人亦奈何(유주무인역내하) 술은 있는데 대작할 그대 없으면 또한 어찌하리.

世事悠悠不須問(세사유유불수문) 세상사는 유유히 흘러 모름지기 물을 것 없으니

看花對酒一長歌(간화대주일장가) 꽃을 보며 잔을 들고 길게 노래 불러 보리라.

       

호은 고의후(湖隱 高依厚. 1569 ~ ? ) 조선시대 이괄(李适)의 난 당시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 활동한 의병장으로 본관은 장흥(長興), 자는 여식(汝植), 호는 호은(湖隱)이다. 기묘명현(己卯名賢) 좌랑(左郞) 고운(高雲)의 증손이며, 아버지는 목사(牧使) 고경조(高敬祖)이다. 고경조의 동생 진사(進士) 고경선(高敬先)의 아들로 입양되었다.

고의후는 1569년(선조 2)에 출생하였으며, 전라도 광주에서 살았다. 1606년(선조 39)에 식년시(式年試 : 조선시대에 3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된 과거시험) 생원과 진사에 모두 입격(入格)하였고, 사림(士林)들 사이에서 문장과 행의(行誼 : 행실이 올바름)로 평판이 자자하였다. 1624년(인조 2)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거의유사(擧義有司 : 옳은 일을 위한 자생적 모임에서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일반 구성원)가 되어 의병과 군량을 모집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근왕(勤王 : 임금이나 왕실을 위해 충성을 다함) 하러 가려하였으나 난이 평정되어 모은 군량을 감영에 바쳤다.

 

영국(咏菊 : 국화를 읊다)   - 白居易(백거이)

一夜新霜著瓦輕(일야신상착와경) 간밤에 첫서리 기와에 가볍게 내리니

芭蕉新折敗荷傾(파초신절패하경) 파초 잎 새로 꺾이고 시들은 연잎 고개 숙였네.

耐寒唯有東籬菊(내한유유동리국) 추위 견디는 것은 동쪽 울타리 국화뿐

金粟花開曉更清(금속화개효갱청) 노란 금빛 꽃 갓 피어 새벽 더욱 맑게 하네.

 

(텃밭에 핀 황국)

황국

 

산국
벌개미취
산국 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