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지속되었던 한파가 오늘을 기점으로 평년기온을 되찾는다고 한다. 예년 이맘때는 언 땅이 녹아 곡괭이, 삽질로 시비(施肥)와 함께 이랑 작업도 가능했는데 어제 돌아본 텃밭에는 잔설과 함께 꽁꽁 얼어있어 3월 중순이 되어야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속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점심 후 산책길에 우연히 발견한 버들강아지가 어느새 돋아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온종일 봄을 찾아 다닌 나그네가 돌아오는 길에 매화향기 맡으며 어느새 가지마다 매화가 피어 이미 곁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종일심춘불견춘(終日尋春不見春)의 선시(禪詩)가 떠오른다.
무진장(無盡藏) 비구니의 종일심춘불견춘 : 종일심춘불견춘(終日尋春不見春) 선시(禪詩) (tistory.com)
보통 24 절기 중 망종(芒種)은 6월 초순에 해당하는데 망종은 이름 그대로 벼 등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라는 뜻이다. 오랜 가뭄으로 파종을 못하고 비 오기를 기다리다 마침 기옹(畸翁)으로부터 비가 내린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고 이에 화답 시를 보낸 계곡 장유(谿谷 張維. 2587 ~ 1638)의 시와 선시(禪詩) 한 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계곡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봉화기옹희우시일망종(奉和畸翁喜雨是日芒種 : *기옹의 희우詩에 받들어 화답하다. 이날은 망종이었다.) - 장유(張維)
一雨期芒種(일우기망종) 망종에 비가 한 번 오시려는지
空池曉滴懸(공지효적현) 새벽 빈 못에 물방울이 맺혔네
雲陰渾已合(운음혼이합) 하늘에는 이미 먹구름 모여들고
風信早相傳(풍신조상전) 바람이 벌써 비 소식 전해 오네
禱久慙無驗(도구참무험) 오랜 기도 효험 없어 부끄러운데
詩成喜欲顚(시성희욕전) 희우시 짓게 되니 무척 기쁘구나
不妨留上客(불방류상객) 거리낌 없이 상객으로 머물면서
滿意寫佳篇(만의사가편) 좋은 시편 쓰니 마음에 드는구나
*기옹(畸翁) : 조선시대 기옹집(畸翁集), 기옹만필(畸翁漫筆) 등을 저술한 학자 정홍명(鄭弘溟,1582~1650). 자는 자용(子容), 호는 기암(畸庵) 또는 삼치(三癡)이며, 우의정을 지낸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아들이다.
설청매(雪靑梅 : 눈 속에 핀 푸른 매화) - 선시(禪詩)
茶室窓紗間(차실창사간) 차실 창문에 내려진 천 사이로
盡日雪飛來(진일설비래) 하루 종일 눈발이 날리네.
紅爐一光射(홍로일광사) 뜨거운 화로의 빛 하나 퍼지니
岩側靑梅開(암측청매개) 바위 옆 청매화가 피었네.
(버들강아지. 2025.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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