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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가을 관련 한시 3수 : 서거정 추풍, 두보 신추, 유장경 추운령(徐居正 秋風, 杜甫 新秋, 柳長卿 秋雲領)

새벽부터 가을비가 촉촉이 내려 매 마른 대지를 적시고 있다. 우산을 쓰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짐을 벗어 버리고 상큼한 가을의 짐으로 바꿔진 모습을 그려본다.

들녘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결에 논 풍경도 서서히 누런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곧 황금물결 넘실대는 결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근무처인 세종시의 주변 풍경도 서서히 가을 빛으로 변하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변화하는 순리에 순응하며 바라보는 것 또한 인생흐름을 관조(觀照)하는 즐거움이리라.

평소 가슴에 담아 둔 초가을 관련 한시 3수를 자서와 함께 주변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작자는 앞서 수 회 소개하였기에 생략 토록 하겠다.

 

추풍(秋風)  - 서거정(徐居正)

茅齋連竹逕(모재연죽경) 초가집 대나무 길에 이어져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가을볕 곱고도 밝다네.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과일 익어 가지에 달려 있기엔 무겁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참외 차가워 덩굴에 달린 게 드무네.

遊蜂飛不定(유봉비부정) 놀던 벌 정처 없이 날고

閒鴨睡相依(한압수상의) 한가로운 오리는 서로 의지한채 잔다네.

頗識身心靜(파식신심정) 자못 몸과 맘의 고요함을 아노니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할 일 없는 삶의 바램이 어긋나지 않았구나.

 

신추(新秋)  - 杜甫(두보)

火雲猶未斂奇峰(화운유미렴기봉) 불 같던 구름 아직도 기이한 봉우리에서 거두지 않았는데

欹枕初驚一葉風(기침초경일엽풍) 베개에 기대었다가 바람 불어 낙엽 지는 소리에 처음 놀라네.

幾處園林蕭瑟裡(기처원림소슬리) 동산 숲 몇 곳은 쓸쓸한 풍경으로 변하는데

誰家砧杵寂寥中(수가침저적료중) 적막함 속에 어느 집에서 다듬질 소리가 나는가?

蟬聲斷續悲殘月(선성단속비잔월) 매미 소리는 희미한 달빛 아래 이어졌다 끊어지며 구슬프고

螢燄高低照暮空(형염고저조모공) 반딧불은 높고 낮게 떠다니며 저녁 하늘을 비추네.

賦就金門期再獻(부취금문기재헌) 부(賦)를 한 편 지어서 미앙궁에 바치려고 하다가

夜深搔首歎飛蓬(야심소수탄비봉) 밤 깊어 머리를 긁으며 흩날리는 쑥대 같은 내 신세를 한탄하네.

 

추운령(秋雲領 : 가을 산마루의 구름)  - 柳長卿(유장경)

山色無定姿(산색무정자) 산 빛은 정해진 모습이 없어

如煙復如黛(여연부여대) 안개 같다가 다시 여자의 눈썹 같네.

孤峰夕陽後(고봉석양후) 외로운 봉우리 석양빛에 솟아 보이고

翠嶺秋天外(취령추천외) 푸른 고갯마루 가을 하늘 밖에 있네.

 

雲起遙蔽虧(운기요폐휴) 구름 피어나니 아득히 보일 듯 말 듯

江回頻向背(강회빈향배) 강은 자꾸만 산 뒤쪽으로 돌아드네.

不知今遠近(부지금원근) 지금은 먼지 가까운지 알지 못하고

到處猶相對(도처유상대) 이르는 곳 내내 서로 마주하며 간다네.

 

(주변 풍경)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논풍경
노랑코스모스와 꽃백일홍 군락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개활지
벌개미취
명아자여뀌
흰여뀌
겹꽃백일홍
노랑코스모스
네발나비 : 나비 목에 속한 곤충. 각각 날개 안쪽은 치타 를 연상시키는 점박이 무늬가, 바깥쪽은 나뭇잎 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특징이다. '네 발'나비란 이름처럼 언뜻 보면 다리가 4개밖에 없는 것 같다. 앞다리 2개가 매우 짧게 퇴화되었기 때문인데, 모든 네발나비과 나비들은 이 특징을 공유한다. 도시의 개천이나 낮은 산지의 계곡 주변, 강가 등에 주로 살고 개체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