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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만리 백대붕 추일(萬里 白大鵬 秋日)

세종에서의 이른 출근길이 상큼하다. 아침 기온이 16도를 가리키고 있어 반팔 옷 사이로 서늘함이 스며오는 기분 좋은 초가을 아침이지만 한낮은 31℃가 예보되어 있어 따가운 햇살을 견뎌내야 한다.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는 14도에서 24도 사이라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 또한 일반적으로 40%에서 60% 사이가 좋다고 한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추석이 지난 10월 초 . 중순으로 이때가 높은 높은 산을 기점으로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 가는 시기다. 

 

이맘때쯤 떠오르는 시 한 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만리 백대붕(萬里 白大鵬) 선생의 추일(秋日)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많은 여운을 선사하기에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추일(秋日 : 가을날)

秋天生薄陰(추천생박음) 가을 하늘에 엷은 그늘이 생기고

華嶽影沈沈(화악영침침) 화악산은 그림자가 어둑어둑하네

叢菊他鄕淚(총국타향루) 한 떨기 국화꽃은 타향살이 눈물이고

孤燈此夜心(고등차야심) 외로운 등불은 이 밤의 마음이라네

流螢隱亂草(류형은란초) 흐르는 반딧불은 풀 속에 숨어 반짝이고

疎雨落長林(소우락장림) 성긴 빗방울이 긴 숲에 떨어지네

懷侶不能寐(회려부능매) 벗이 그리워 잠 못 이루는 밤에는

隔窓啼怪禽(격창제괴금) 저 멀리 창 너머 이름 모를 새가 우짖네

 

백대붕(白大鵬 ? ~ 1592)은 조선 중기 때의 위항시인(委巷詩人)으로 본관은 임천(林川), 자는 만리(萬里)이다. 천인(賤人)의 신분으로 시를 잘 지어 이름을 날렸다. 언제 출생하였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유희경(劉希慶) · 정치(鄭致)와 함께 노닐었다는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 조선 후기의 학자인 유재건(劉在建)이 저술한 중인층 이하 출신의 인물들에 대한 행적을 담은 서적)을 보거나, 허봉(許篈), 심희수(沈希洙) 등과 더불어 터놓고 사귀었다는 학산초담(鶴山樵談 : 1593년 문신 · 문인 허균이 당대의 시를 공시적인 관점에서 평가한 평론집. 시평집)의 기록을 참조한다면, 1550년 전후에 태어났던 것으로 추측한다. 자신의 시에서 "군함과 수운을 맡고 있는 전함사(典艦司 : 조선에서 조운선(漕運船)과 함선(艦船)의 관리를 담당하는 관청으로 경국대전에 그 내용을 법제화 함.)의 노예"라고, 신분을 밝히고 있으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통신사(通信使) 허성(許筬)을 따라 일본으로 가서 호방(豪放)하고 의협(義俠)한 기상의 시(詩)로써 이름을 날렸다. 임진왜란 때 상주(尙州)에서 전사하였다.

 

(출근 길 마주친 꽃)

아침 이슬을 머금은 흰싸리나무꽃
겹꽃잎의 화려함을 뽐내는 백일홍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