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아는 신라시대 역사적 인물이다.
경주 최 씨의 시조이지만 무덤이 없다. 만년에 가야산에 들어가 후학을 지도하면서 학사제 앞에 지팡이를 꽂으며 내가 살아있다면 지팡이도 살 것이니 학문에 열중하라는 말과 함께 갓과 짚신만 남기고 홀연히 살아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운 선생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내용 중 우화등선(羽化登仙) 즉 신선이 되어 다른 세계에서 또 다른 멋진 삶을 영위하지 않을 까..
신라의 쇠락을 예견하고 가야산으로 입산하며 읊은 대표적인 시를 자서해 보았다.
- 증산승(贈山僧 : 스님에게)
僧乎莫道靑山好(승호막도청산호) 중들은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라
山好如何復出山(산호여하복출산) 산이 좋으면 어찌 다시 산을 나오는가
試看他日吾踪跡(시간타일오종적) 너희들은 이후로 나의 종적을 살펴봐라
一入靑山更不還(일입청산갱불환) 한번 산에 들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 가야산 독서당에서 제하다)
狂噴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첩첩 바위 위를 광분하며 산을 메아리치는 물소리에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사람의 말소리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인간사 시비 소리가 신성한 산에 들릴까 하는 두려움에
故敎流水盡籠山(고교유수진농산)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에워싸게 하노라
고운선생의 시 중 최고로 회자(膾炙)되는 장쾌한 시이다.
신분의 한계로 큰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한 한을 품고 가야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홍류동 계곡에서 지은 시로 전해진다.
홍류동(紅流洞)은 가을 단풍이 떨어져 물 위를 붉게 물들이며 흐른다 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이 시는 한여름 폭우가 지나간 뒤 바위와 산들을 휘감고 광분하며 계곡을 흐르는 세찬 물소리에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도 분간하기 어렵다.
명리를 쫓는 인간들의 시비 소리가 신성한 이 가야산이 들을까 하는 두려움에 흐르는 물로 하여금 산을 귀 막게 한다.
작가의 감흥이 그대로 묻어나는 멋진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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