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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유 남전산석문정사(王維 藍田山石門精舍) 왕유(王維. 699? ~ 759)는 중국 당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자가 마힐(摩詰)이며, 산서성(山西省) 기현(祁縣)사람이다. 비록 사대부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어려서부터 불교 사상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는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는 이백(李白, 701~762),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는 두보(杜甫, 712~770)와 함께 중국의 서정시 형식을 완성한 3대 시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또한 음악과 회화에도 능해 그림 같은 시를 쓰고 시 같은 그림을 그렸으며, 현재 약 400여 수가 전해지고 있다. 왕유는 화가적인 관찰로 산수를 바라본 후, 자연스러운 시어로 화면을 재구성하는 독특한 시각적인 시를 지었다. 산수시는 언제나 아늑한 고요함을 지녔으나 동(動)을 통한 정(情)의 세계를 표출했다. 그의 대표적.. 더보기
서경덕 독서유감(徐敬德 讀書有感 : 책 잃는 감흥)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 조선 중종시대 거유(巨儒)이자 대철학자(大哲學者)이다. 호는 화담(花潭), 복재(復齋) 자는 가구(可久)이며,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송도(개성)에서 태어나 송도삼절(松都三絶 : 황진이, 박연폭포, 서화담)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고 지식을 쌓는데 몰두하였으며 벼슬은 하지 않았다. 송도의 화담 서재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진리탐구에 헌신하여 당시 사림파(士林派)의 종장(宗匠)이요 기호파(畿湖派)의 선구자였다. 선조 때 右議政(우의정)에 추증되었으며, 문집에 화담집(花潭集)이 있고 그 속에 원리론(原理論), 이기론(理氣論), 태호설(太虛說), 귀신생사론(鬼神生死論) 등의 글이 있다. 여기 소개하는 徐花潭의 독서유감은 道學者로서의 높은 인격과 .. 더보기
허목 시 일수(許穆 詩 一首) 설후영척(雪厚盈尺) 허목(許穆, 1595~1682)은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 및 유학자, 역사가이자 교육자, 정치인이며, 화가, 작가, 서예가, 사상가이다. 본관은 양천(陽川)으로, 자(字)는 문보(文甫)·문부(文父)·화보(和甫), 호(號)는 미수(眉叟),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아래 시는 허미수(許眉叟) 시로 알려져 있다. 교훈적 요소가 많이 담겨있어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雪厚盈尺(설후영척) 한자 이상 쌓인 찬 눈 속에 問足物何(문족물하) 문안으로 족한데 웬 물건인가? 毛可米否(모가미부) 붓은 허락하나 쌀은 아니 된다 可留否送(가유부송) 붓은 남겨두고 쌀은 돌려보내노라. 혹한 속에 찾아온 제자의 성의에 정성만 받아들이는 스승의 삶이 청빈함을 더한다. 더보기
김상헌 등만월대(金尙憲 登滿月臺) 김상헌(金尙憲, 1570~1652년)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 학자이다. 병자, 정묘호란 시 척화신(斥和臣)으로 이름이 높았다. 본관은 (安東), 자는 숙도(叔度), 호는 청음(淸陰), 석실산인(石室山人),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병자호란 때 예조판서 김상헌에 맞섰던 이는 호조판서 지천(遲川) 최명길(崔鳴吉 .1586~1647)이었다. 둘은 전혀 다른 방책을 주장했다. 청음은 선전후화론(先戰後和論)을 강력히 주장한 주전파였고 지천은 청나라 진영을 오가며 화의에 앞장선 주화파였다. 두 충신을 통해 국란이 수습되는 과정은 후대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가 청나라에 불모로 6년간 잡혀 가기 전 지은 시 "가노라 삼각산아.."는 그때의 심정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하다.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 더보기
서산대사 오도송(西山大師 悟道頌), 이양연 야설(李亮淵 野雪) 서산대사(1520~1604)는 조선 선조 때 고승(高僧)으로 속성은 최 씨, 1520년(중종 15) 평안도 안주(安州)서 태어났다. 호는 청허(淸虛), 법명(法名)은 휴정(休靜)이다. 묘향산에 오래 머물었기에 서산대사(西山大師)라 칭한다.부처님은 새벽에 샛별을 보시고 홀견명성득오도(忽見明星得悟道)하였다고 한다.서산대사는 새벽에 울어야 할 닭이 난데없이 한낮에 우는 소리를 듣고서 응어리였던 '무(無)'자 화두의 칠통(漆桶)을 깨부수고 은산철벽(銀山鐵壁)과 같은 조사의 관문을 경절(徑截)하고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게송으로 읊었다. - 서산대사 오도송(西山大師 悟道頌)발백비심백(髮白非心白) 머리는 백발이었어도 마음은 희지 않았다고고인증누설(古人曾漏洩) 옛사람이 일찍이 말했네.금문일성계(今聞一聲鷄) 지금 닭울.. 더보기
주돈이 애련설(周敦頤 愛蓮說) 주돈이(周敦頤 1017~1073) 중국 북송시대 대표적 유학자이자 성리학자로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이다. 특히 연(蓮)을 사랑하여 그가 남긴 애련설은 명 문장으로 지금까지 많이 애송되고 있다. 한가한 틈을 내어 수련(水蓮) 사진과 함께 애련설(愛蓮說)을 소해(小楷)로 자서(自書)해 보았다.애련설(愛蓮說 :연꽃을 사랑하노라)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수륙초목지화, 가애자심번) 물과 땅에 사는 초목의 꽃 중에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晉陶淵明獨愛菊(진도연명독애국) 진나라 때 도연명은 유난히 국화를 좋아하였고, 自李唐來, 世人盛愛牧丹(자이당래, 세인성애목단) 이씨가 세운 당조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무척이나 사랑하였으며, 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여독애련지출어니이불염) 나는 오로지 진흙에서.. 더보기
유종원 강설(柳宗元 江雪) 중국 당(唐)나라의 시인 유종원(柳宗元 773 ~ 819)의 대표적인 산수시로 헌종시절 개혁실패로 좌천되었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속세를 초월한 듯 대자연에 은거한 고기잡이 늙은이의 모습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 관조적으로 노래함으로써, 정치적 실의와 고독감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강한 정신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유종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산수시를 잘 지어 도연명(陶淵明)에 비견되며,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과 함께 당시(唐詩)의 자연파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 내리는 강 위에 배를 띄워 낚시를 드리운 어옹의 모습을 노래해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 역시 정신적 좌절과 울분을 인내하면서 대자연 속에 시정신을 개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중학교 한문교과서에서 한번쯤은 접했을 친숙한 시라.. 더보기
이백 장진주(李白 將進酒) 세모의 정이 넘치는 요즘 송년회 등으로 저녁 모임이 잦다. 단연 술자리는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신년에 대한 희망을 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진주는 이백의 대표적인 권주가로 널리 애송되는 시다. 이백은 등용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가지고 현실을 즐길 줄 아는 호방함을 지녔다. 이 장진주는 이백의 그러한 개성을 잘 드러내 주는 대표작으로 깊이 있게 음미해 보자. 將進酒(장진주 : 술을 권하며..)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高堂明鏡悲白髮(고당.. 더보기
백거이 시 대주 2(白居易 詩 對酒 二) 백거이(白居易 772~846) 중국 중당기의 대표적 시인이며, 字는 낙천(樂天), 만년에는 호를 취음선생(醉吟先生) 또는 향산거사(香山居士)라 하였다. 그의 이름 거이(居易)는 중용(中庸)의 "군자는 편안한 위치에 서서 천명을 기다린다(君子居易以俟命)"는 말에서 취했고, 그의 자 낙천(樂天)은 역(易)·계사(繫辭)의 "천명을 즐기고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樂天知命故不憂)"는 말에서 취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시는 당대 최고의 독자층을 형성하였는데 시풍이 풍자적이면서 쉽고 사실성에 충실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세상은 복잡 다양하한 일상 속에 잦은 마찰과 짜증 속에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이 와중에 그의 대표적인 시를 한 번쯤은 깊게 접해보면 작은 위안을 얻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자서해 보.. 더보기
편양언기, 만해 한용운 오도송 (鞭羊彦機, 卍海 韓龍雲 悟道頌) 2수 앞서 화두(話頭) 이야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의심을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한순간에 공안이 타파되고 깨침의 순간을 시로 읊은 것을 오도송(悟道頌) 또는 개오송(開悟頌)이라 한다. 선승들의 오도송을 접하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심미안적 감정에 휩싸인다. 요즘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우리 같은 범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경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불자는 아니지만 선시를 통해서 얻어지는 청정함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내가 평소 읊조리는 오도송 2수를 자서해 보았다. 편양언기(鞭羊彦機) 오도송(悟道頌) 운변천첩장(雲邊千疊嶂) 구름가엔 천 겹으로 쌓인 봉우리 솟아있고 함외일성천(檻外一聲川) 난간 밖에는 개울 물소리 요란하게 흐르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