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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서경덕 독서유감(徐敬德 讀書有感 : 책 잃는 감흥)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 조선 중종시대 거유(巨儒)이자 대철학자(大哲學者)이다. 호는 화담(花潭), 복재(復齋) 자는 가구(可久)이며,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송도(개성)에서 태어나 송도삼절(松都三絶 : 황진이, 박연폭포, 서화담)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고 지식을 쌓는데 몰두하였으며 벼슬은 하지 않았다. 

송도의 화담 서재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진리탐구에 헌신하여 당시 사림파(士林派)의 종장(宗匠)이요 기호파(畿湖派)의 선구자였다. 선조 때 右議政(우의정)에 추증되었으며, 문집에 화담집(花潭集)이 있고 그 속에 원리론(原理論), 이기론(理氣論), 태호설(太虛說), 귀신생사론(鬼神生死論) 등의 글이 있다.

 

여기 소개하는 徐花潭의 독서유감은 道學者로서의 높은 인격과 명리를 멀리하는 작자의 심정을 형상화한 시이다. 

독서를 시작하던 當年에는 經綸에 뜻을 두었다가, 마침내는 학문의 깊은 이치를 터득하면서 세상사의 온갖 부귀를 버리고 林泉에 묻혀 독서와 함께 安貧樂道하는 작자의 생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은 모든 것이 풍부하되, 그 어느 것 하나 이를 즐기려는 데 금함이 없다. 이러한 자연을 찾아 산나물을 뜯고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생활, 그것을 멋으로 알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풍족한 정신세계와 脫俗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멋진 시를 행서로 자서해 보았다.

 

독서유감(讀書有感 : 책 잃는 감흥)                     - 徐敬德

讀書當日志經綸(독서당일지경륜) 글 읽던 당일에는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晩歲還甘顔氏貧(만세환감안씨빈) 늘그막엔 되레 안회(顔回)의 가난을 즐기노라

富貴有爭難下手(부귀유쟁난하수) 부귀는 다툼 있어 손을 대기 어렵지만

林泉無禁可安身(임천무금가안신) 숲과 샘은 금하는 이 없으니 몸을 쉴 만하다네

採山釣水堪充腹(채산조수감충복) 나물 캐고 고기 낚으면 배를 채울 수 있어

詠月吟風足暢神(영월음풍족창신) 달을 읊고 바람 읊으면 정신 활짝 펴진다오

學到不疑眞快活(학도불의진쾌활) 학문에 의심이 없이 다 달으니 마음이 쾌활해져서

免敎虛作百年人(면교허작백년인)  헛되이 백 년 인생 사는 것을 면하리라.

 

독서를 통하여 경륜을 쌓고, 청빈함 속에 자연을 벗 삼아 그 이치를 깨우치며, 학문에 의심 없는 경계를 이루고 참으로 멋진 삶을 영위한 서화담의 진면목이 느껴지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