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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유 남전산석문정사(王維 藍田山石門精舍)

왕유(王維. 699? ~ 759)는 중국 당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자가 마힐(摩詰)이며, 산서성(山西省) 기현(祁縣)사람이다. 

비록 사대부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어려서부터 불교 사상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는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는 이백(李白, 701~762),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는 두보(杜甫, 712~770)와 함께 중국의 서정시 형식을 완성한 3대 시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또한 음악과 회화에도 능해 그림 같은 시를 쓰고 시 같은 그림을 그렸으며, 현재 약 400여 수가 전해지고 있다.

왕유는 화가적인 관찰로 산수를 바라본 후, 자연스러운 시어로 화면을 재구성하는 독특한 시각적인 시를 지었다.

산수시는 언제나 아늑한 고요함을 지녔으나 동(動)을 통한 정(情)의 세계를 표출했다.

그의 대표적인 시 남전산 석문정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남전산 석문정사(藍田山 石門精舍)      -   왕유(王維)

落日山水好

(낙일산수호)  해질 무렵 산수는 더욱 아름답고

漾舟信歸風

(양주신귀풍)  일렁이는 배는 바람에 맡겼네

玩奇不覺遠

(완기불각원)  경치에 취해 배 멀어짐을 모르고

因以緣源窮

(인이연원궁)  이로인해 근원 찾아 끝까지 찾아가네

遙愛雲木秀

(요애운목수)  저 멀리 구름 과 나무 수려함을 즐기며

初疑路不同

(초의노부동)  처음엔 길이 아닌가 의심했는데

安知淸流轉

(안지청류전)  맑은 물 굽어 흐르는 곳에 이르니

偶與前山通

(우여전산통)  우연히도  앞산과 통하여 있네

捨舟理輕策

(사주리경책)  배 내려 가벼운 막대를 주워 집고

果然愜所適

(과연협소적)  우연히 찾고 보니 과연 마음에 드는 곳

老僧四五人

(노승사오인)  노승 네 다섯 사람이 있어

逍遙蔭松柏

(소요음송백)  소나무 그늘 아래 거닐고 있네

 

朝梵林未曙(조범림미서)  

아침 범종소리에 숲은 아니 밝고

夜禪山更寂

(야선산경적)  밤 참선에 고요한 산은 더 적막해

道心及牧童

(도심급목동)  깨달은 마음은 목동에게 미치고

世事問樵客

(세사문초객)  세상일들은 나무꾼에게 묻네

暝宿長林下

(명숙장림하)  어두워 져 긴 숲 속에 잠자고

焚香臥瑤席

(분향와요석)  향 피워 요석에 눕네

澗芳襲人衣

(간방습인의)  시냇가의 꽃향기는 옷에 스미고

山月映石壁

(산월영석벽)  산 위에 뜬 달은 석벽을 비춘다

再尋畏迷誤

(재심외미오)  다시 찾아 올 때의 길을 염려해

明發更登歷

(명발경등력)  날이 밝자 출발하여 다시 오르내리네

笑謝桃源人

(소사도원인)  도원의 사람에게 웃음으로 사례하고

花紅復來覿

(화홍복래적)  복사꽃 붉게 필 때 다시와서 보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