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화두(話頭) 이야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큰 의심을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한순간에 공안이 타파되고 깨침의 순간을 시로 읊은 것을 오도송(悟道頌) 또는 개오송(開悟頌)이라 한다.
선승들의 오도송을 접하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심미안적 감정에 휩싸인다.
요즘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우리 같은 범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경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불자는 아니지만 선시를 통해서 얻어지는 청정함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내가 평소 읊조리는 오도송 2수를 자서해 보았다.
편양언기(鞭羊彦機) 오도송(悟道頌)
운변천첩장(雲邊千疊嶂) 구름가엔 천 겹으로 쌓인 봉우리 솟아있고
함외일성천(檻外一聲川) 난간 밖에는 개울 물소리 요란하게 흐르네
약불연순우(若不連旬雨) 만약 장맛비가 아니었다면
나지제후천(那知霽後天) 어찌 비 갠 맑을 하늘을 알았으리오.
편양언기(1581~1644) 禪僧은 淸虛休靜(西山大師)의 제자로 한국 선시를 찬란하게 꽃 피운 주역이다.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 오도송(悟道頌)
남아도처시고향(男兒到處是故鄕) 사나이 이르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
기인장재객수중(幾人長在客愁中) 몇 나그네 오랫동안 시름에 잠겼었네
일성갈파삼천계(一聲喝破三千界) 한소리 크게 질러 삼천세계 갈파하니
설리도화편편홍(雪裏桃花片片紅) 눈 속에 복숭아꽃 붉게 붉게 나부끼네
만해 선생의 오도송은 대표적으로 애송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말과 같이 주객(主客)의 본질을 타파한 순간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頌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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