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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書道

경허선사 게송(鏡虛禪師 偈頌 : 세여청산하자시. 世與靑山何者是) 이미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다. 수많은 작품 중 경허선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 없는 길"을 읽어보면 불교에 대한 심오한 경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자는 한동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하여 백양사 방장을 찾아 법을 구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들은 스님이 써준 글을 평생 서재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본 글귀는 경허선사의 게송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현실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오면 사방천지가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백화만발한 이 현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긍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기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함축된 그 의미를 느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 해보았다.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현실과 이상) 어느 .. 더보기
회도백화성밀시..(會到百花成蜜時) 학문의 달콤한 근원을 찾아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朱熹의 권학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학문의 완성은 깊고도 넓어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여정과 같다. 아래 글귀는 서예인들이 즐겨 쓰는 내용으로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소동파 등 중국 시인들이 즐겨 사용한 구절들을 간추린 문장으로 보인다. 會到百花成蜜時 (회도백화성밀시) 벌들이 수많은 꽃들을 찾아 꿀을 이룰 때 不知甛是何花來 (부지감시하화래) 그 달콤함은 어느 꽃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네.. 깊이 있는 학문의 달콤 한 근원을 찾고자 함은 편협되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한 시각으로 다양한 분야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 아닐까... 더보기
익재 이제현 산중설야(益齋 李齊賢 山中雪夜)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고려 후기의 시인이며 문신이며 성리학자, 화가이다.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 역옹(櫟翁), 실재(實齋)이다. 내가 젊은 시절 익재의 이 시를 처음 접한 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었다. 산중설야(山中雪夜 : 산중에 눈 내린 밤)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종이 이불에 한기 생기고 불당 등불은 가물거리는데 沙彌一夜不鳴鍾(사미일야불명종) 사미는 한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절 찾아온 객이 일찍 문을 연다고 사미는 성내지 말게나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문을 연 것은 암자 앞 눈에 쌓인 소나무를 보기 위해 서라네.. 시름을 잊고자 산사 찾아온 객이 밤새 내리는 눈에 잠 못 이루고.. 사미는 제때 종을 울려야 .. 더보기
고운 최치원 시 증산승, 제가야산독서당. 2수(孤雲 崔致遠 詩 贈山僧, 題伽倻山讀書堂. 二首) 고운 최치원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아는 신라시대 역사적 인물이다. 경주 최 씨의 시조이지만 무덤이 없다. 만년에 가야산에 들어가 후학을 지도하면서 학사제 앞에 지팡이를 꽂으며 내가 살아있다면 지팡이도 살 것이니 학문에 열중하라는 말과 함께 갓과 짚신만 남기고 홀연히 살아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운 선생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내용 중 羽化登仙(우화등선) 즉 신선이 되어 다른 세계에서 또 다른 멋진 삶을 영위하지 않을 까.. 신라의 쇠락을 예견하고 가야산으로 입산하며 읊은 대표적인 시를 자서해 보았다. - 증산승(贈山僧 : 스님에게) 僧乎莫道靑山好(승호막도청산호) 중들은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라 山好如何復出山(산호여하복출산) 산이 좋으면 어찌 다시 산을 나오는가 試看他日吾踪跡(시간타일오종적) .. 더보기
장유 대언(張維 大言) 장유(張維. 1587∼1638)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천문·지리·의술·병서 등 각종 학문에 능통했고, 서화와 특히 문장에 뛰어나 이정구(李廷龜),신흠(申欽),이식 등과 더불어 조선 문학의 사대가(四大家)라는 칭호를 받았다. 송시열(宋時烈)은 “그는 문장이 뛰어나고 의리가 정자(程子)와 주자를 주로 했으므로 그와 더불어 비교할만한 이가 없다.”라고 칭송하였다. 주요 관직으로는 검열, 대사간, 대사헌, 이조참판, 나주목사, 이조판서를 역임했으며, 많은 저서가 있다고 하나 대부분 없어지고 현재 계곡만필, 계곡집(谿谷集), 음부경주해(陰符經注解)가 전한다. 신풍부원군(新豊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더보기
몽암악 선사(蒙菴嶽 禪師)의 송(頌) 오월의 솔바람(본시산중인 本是山中人) 며칠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이처럼 더운 날을 暴炎, 炎天, 孟夏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두 주만 지나면 무더위도 서서히 막을 내릴 것이다. 이 또한 어김없이 이어져 온 자연의 순환이다. 잠시 더위를 벗어나고자 몇 구절 생각이 떠올라 自書 해본다. 소개하고자 하는 한시는 지월록(指月錄 : 명(明)의 구녀직(瞿女稷)가 엮은 책으로 과거칠불(過去七佛)에서 남송(南宋)의 대혜종고(大慧宗杲)에 이르기까지 불법(佛法)을 계속 이어 온 약 650명에 대한 행적, 스승과 제자의 인연, 깨달음에 대한 문답, 어록을 담고 있다) 卷 11에 수록된 몽암악 선사(蒙菴嶽 禪師)의 송(頌)이다. 本是山中人(본시산중인)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이라 愛說山中話(애설산중화)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五月賣松風(오월매송풍.. 더보기
우작란(偶作蘭 : 우연히 난을치다) 문인화를 겉으로만 입문했지 표현의 졸렬함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매난국죽(梅蘭菊竹) 4 군자 중 초보자들은 제일 먼저 난을 치게 된다. 난치기의 기본에 대하여 상식적인 수준에서 언급해 보면 화선지, 먹물, 붓, 문진, 접시 등 그리기 전에 간단한 준비물 들이다. 치고자 하는 난 구상이 끝나면 먼저 붓으로 농담을 확인한 후, 서미(鼠尾) 제일 먼저 치는 난 잎으로 잎 끝이 쥐꼬리를 닮았다 해서 서미라 한다. 교봉안(交鳳眼) 두 번째 난 잎이 교차하면서 봉황의 눈을 닮았다 해서 교봉안이라 한다. 파봉안(破鳳眼) 교봉안 사이에 그려지는 세 번째 난 잎이다. 봉황의 눈을 파한다는 의미다. 정두(釘頭) 어린잎은 땅을 뚫고 올라오듯 마치 못처럼 힘이 있어야 한다. 의도필부도(意到筆不到) 뜻은 이르렀지만 붓은 가지 .. 더보기
이백 시 망여산폭포(李白 詩 望廬山瀑布 一首) 이태백(李 太白 701 ~ 762) 성당시대(盛唐時代)의 대표적 낭만시인으로 자 태백(太白). 호 청련거사(靑蓮居士).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의 대표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1,100여 편의 작품이 현존한다. 그의 생애는 분명하지 못한 점이 많아, 생년을 비롯하여 상당한 부분이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의 집안은 간쑤성(甘肅省) 룽시현(隴西縣)에 살았으며, 아버지는 서역(西域)의 호상이었다고 전한다. 출생지는 오늘날의 쓰촨성(四川省)인 촉(蜀)나라의 장밍현(彰明縣) 또는 더 서쪽의 서역으로서, 어린 시절을 촉나라에서 보냈다. 남성적이고 용감한 것을 좋아한 그는 25세 때 촉나라를 떠나 양쯔강(揚子江)을 따라서 장난(江南) ·산둥(山東) ·산시(山西) 등지를 편력하.. 더보기
한가하여 붓을 듬 불조전심여지월 佛祖傳心如指月(불조전심여지월) 부처가 마음을 전하고자 함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킴과 같다.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님께서 유교집안에서 자랐지만 문득 아래 한 문장을 보고 불교에 대한 숙명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한 문장이란 但看標月之指(단간표월지지) 다만 손가락은 하늘의 달을 가리키고 있지만 未見當天之月(미견당천지월) 마땅히 하늘에 있는 달을 볼 수가 없다 부처의 진면목은 보이는 글이나 전달자에 현혹되지 말고 오로지 달의 실체 즉 부처가 진심으로 전하고자 했던 당시의 실체를 바로 봐야 한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즉 진정하고 심오한 깊이는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듯이 오로지 참선과 수양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잠시 시간 내어 자서(自書) 해 보았다. 졸필이지만 글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