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짓(冬至) 날은 24절후(節候)의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冬至)는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에 든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歲時風俗)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하였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다. 이 관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이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당나라 역법서(曆法書)인 선명력(宣明曆)에도 동지를 역(曆)의 시작으로 보았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양철학회는 한 해의 기준이 입춘(立春)이라는 주장이고, 천문역리학회는 동지(冬至)라는 주장이다. 모호한 기준일이 45일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의 약 600만 명이 사주팔자가 바뀌게 되는 것이기에 사주팔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한 해의 운세를 그냥 재미 삼아 볼일이다.
가끔 고승(高僧)의 선시를 대할 때마다 심미안적(審美眼的) 요소와 함께 청정(淸淨)함이 다가온다.
소개하고자 하는 선시(禪詩)는 개화기(開化期)의 선승(禪僧)인 철선혜즙(鐵船惠楫)의 설야(雪夜)로 깊은 공부와 수행과 정진이 없었다면 이런 시를 후학들에게 물려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철선혜즙(鐵船惠楫) 선사는 법호(法號)와 같이 철선을 타고 지혜의 노를 저으며 철저한 구도의 길을 걸어간 고승으로 오도(悟道)의 경지를 느끼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선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설야(雪夜 : 눈 내리는 밤)
一穗寒燈讀佛經(일수한등독불경) 한 촉 차가운 등불에 불경을 읽느라
不知夜雪滿空庭(부지야설만공정) 밤 눈 내려 빈 뜰 가득 쌓인 줄 몰랐네
深山衆木都無籟(심산중목도무뢰) 깊은 산 나무들은 아무런 기척이 없고
時有檐氷墮石床(시유첨빙타석상) 때때로 처마 밑 고드름만 섬돌에 떨어지네
철선혜즙(鐵船惠楫, 1791~1858)은 전남 영암(靈岩) 출신 스님으로 성은 김(金)이다. 법명은 혜즙(惠楫), 법호는 철선강사(鐵船講師)이다.
혜즙이 5살 되던 해 아버지를 여의고 14세 되던 해인 순조 4년(1804) 해남 두륜산 대흥사(大興寺)로 출가하여 성일(性一) 스님 문하에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된다.
스님은 이후 각처를 돌아다니며 20여 년 간 학인들을 교육하고 지관(止觀 :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의 실상을 관찰하는 불교수행법)을 닦았다.
스님은 조선 철종 9년(1858) 대둔사 상원암에서 저술과 교육으로 일관한 67세의 생애를 마쳤다.
문집으로 '철선소초(鐵船小艸)가 있다 철선소초는 1 책으로 간본은 없으며, 필사본이 부산 금정산(金井山) 미륵사(彌勒寺)에 있으며 한국불교전서(韓國佛敎典書) 제10 책에 수록되어 있다. 1875년(고종 12) 신헌구(申獻求)가 쓴 서문에 이어서 서경(敍景) 및 서정(敍情)의 시와 차운시(次韻詩), 증별시(贈別詩), 수창시(酬唱詩), 제영(題詠) 등 74편이 실려 있다.
서문에 의하면, ‘승려들이 아름다운 바탕은 있으나, 실행할 바가 없고, 문장은 소박하여 현란하지 않아 빛나게 드날리지 않으니 세상과 만나지 못하는데, 지금 이 책을 보니 참담한 중에 있어 드날리지 못했음이 애석하다’하고 기술되어 있다. 미륵사(彌勒寺) 송백운(宋白雲)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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