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다. 수많은 작품 중 경허선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 없는 길"을 읽어보면 불교에 대한 심오한 경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자는 한동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하여 백양사 방장을 찾아 법을 구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들은 스님이 써준 글을 평생 서재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본 글귀는 경허선사의 게송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현실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오면 사방천지가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백화만발한 이 현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긍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기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함축된 그 의미를 느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 해보았다.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현실과 이상) 어느 것이 옳습니까?
春光無處不開花(춘광무처불개화) 봄볕 들지 않은 곳에도 꽃피지 않는 곳 없나니..
傍人若問惺牛事(방인약문성우사) 만약 누군가 성우(경허선사 호) 일 물어본다면
石女心中劫外歌(석녀심중겁외가) 석녀 마음속 영원한 노래라고 대답해 주리..
어쩌면 이상과 현실은 마음의 문제이다. 봄이 오면 음지건 양지건 사방에 꽃들이 만발한다.
정작 우리가 현실을 모르고 이상만 좇는 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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