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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천태덕소 선사 선시 만목청산(天台德韶 禪師 禪詩 滿目靑山)

천태 덕소(天台 德韶 : 891 ~ 972) 선사(禪師)는 중국(中國) 처주(處州) 용천(龍泉) 출신에 성(姓)은 진씨(陳氏)이며, 어머니 황씨(黃氏)의 꿈에 흰 광채(光彩)가 몸에 비치는 것을 보고 태기(胎氣)가 있었고, 또 태어난 뒤에는 기이한 일이 많았다는 천태(天台)는 15세 때 어떤 범승(梵僧)이 출가(出家)를 권하므로 17세에 고향(故鄕)의 귀주사(歸州寺)에서 법(法)을 익히다가 18세에 신주 개원사(開元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으며, 54명의 당대(當代) 선지식(善知識)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으나 법연(法緣)을 만나지 못하다가 법안 문익(法眼 文益 : 885 ~ 958)을 만나 새로운 정신세계(精神世界)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천태덕소 스님은 용아거둔(龍牙居遁) 스님에게 공부하여 한 경계를 얻었으며 여러 선지식을 참례하고 다시 법안문익(法眼文益) 스님을 찾아뵈었다.

법안스님이 한 번 보고는 큰 그릇이라 여겼는데, 덕소 스님은 대중과 섞여 지낼 뿐이었다.

하루는 법안스님이 법좌에 오르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계(曹溪)의 한 방울 물입니까?

법안스님이 답하기를 조계의 한 방울 물이로구나!

덕소스님은 그 자리에서 크게 깨치고 법안스님께 아뢰니, 법안스님은 “그대는 뒷날 국왕의 스승이 되어 조사(祖師)의 도를 크게 빛낼 것이다” 하고 인가하였다.

이후 덕소스님은 통현봉에 주석하면서 아래 게송을 지었는데 법안스님이 듣고 평하기를, “이 게송만으로도 우리 종문(宗門)을 능히 일으킬 수 있겠구나” 하였다.

 

흔히 만목청산(滿目靑山 )으로 불려지는 선시는 전각 문구(篆刻文句)로 많이 쓰이며, 나 또한 직접 새겨 두인(頭印)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선시의 꽃으로 칭송받을 만큼 널리 회자되고 있어 이를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아울러 복사꽃 만발할 때 봄의 정취를 읊은 시 한수를 같이 실어보았다.

 

만목청산(滿目靑山)

通玄峯頂(통현봉정) 통현봉 정상에 서니

不是人間(불시인간) 인간세상이 아니로구나,

心外無法(심외무법) 마음 밖에는 법이 없으니

滿目靑山(만목청산) 눈에 가득 보이는 것은 푸른 산뿐이네.

 

陽鳥啼聲噎(양조제성열) 학 울음소리 목이 메고

桃花笑瞼開(도화소검개) 복숭아꽃 환하게 피어나네

芒鞋靑竹杖(망혁청죽장) 짚신에 대지팡이 벗 삼아

終日自徘徊(종일자배회) 온종일 (그 앞을) 서성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