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치바이스(齊白石) 화집 한 권을 선물 받았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한 도록으로 치바이스, 팔대산인 주탑(八大山人 朱耷), 우창휘(吳昌碩) 작품이 함께 실려있었으며, 이들 3인은 중국 한 시대(靑代~近代)를 풍미 했던 거장들이다. 사람마다 각자 예술적 취향이 다르듯이 3인의 화풍은 감탄할 정도로 와 닫지 않았지만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곤 한다. 그중 오창석이 만년에 그린 그림으로 갈매기(鷗) 그림의 화제시가 내 마음속으로 성큼 다가와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화제시는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작자의 심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여백의 미를 살리는 동시에 그림의 격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만약 이 그림에서 갈매기만 있었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 텐데 화제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면 굼주린 갈매기의 모습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심전심의 요소들이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창석의 작품과 함께 실어 보았다.
오창석 화제시 갈매기(吳昌碩 畵題詩 鷗)
무무초색춘풍전(蕪蕪草色春風前) 봄바람 불어 풀빛은 진하게 펼쳐있고
도두노옥위계전(渡頭老屋圍谿田) 포구의 옛집들은 시내 언저리에 둘렸네
우양고복견고와(牛羊鼓腹犬高臥) 소와 양은 배 따뜻하고 개는 편히 누웠는데
독립일구기간천(獨立一鷗飢看天) 홀로 선 갈매기 굶주린 채 하늘을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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