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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인로 강천모설(李仁老 江天暮雪)

출근 길 옅게 흩날리던 눈이 금새 그쳤다. 내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운날씨가 예보되어 있어 본격 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이인로(李仁老)의 시 강천모설(江天暮雪)의 느낌은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에 등장하는 강, 도롱이 쓴 노인, 잔잔히 흐르는 시간 등이 겹쳐 나오는데 , 그 분위기는 반전은 마지막 구절에서 취한 노인이 말하는 눈이 마치 버들 꽃 날리는 모습으로 착각 한 듯 사뭇 봄을 기다리는 희망적 바램이 내재되어 있어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인로(李仁老, 1152~1120)는 앞서 소개한 바 있는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경원(慶源). 자는 미수(眉叟), 호는 와도헌(臥陶軒)이다. 정중부의 난을 피해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명종 10년 문과에 급제한 뒤 문극겸의 천거로 한림원에 보직되어 14년간 사국과 한림원에 출입했다. 당시의 이름난 선비인 오세재·임춘 등과 죽림고회를 만들고 시와 술을 즐겼는데, 중국의 죽림7현(竹林七賢)을 흠모한 문학 모임이었다. 그는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破閑集)을 저술하여 한국문학사에 본격적인 비평문학의 길을 열었다.

그는 좋은 시란 표현기교가 뜻을 따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갈고 닦는 공을 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천연미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저서로 현재 파한집 만 전하며, 동문선과 보한집에 120여 편의 시문이 남아 있다. 그의 시 강천모설을 자서해 보았다.

 

江天暮雪(강천모설 : 해질무렵 강천에 내리는 눈)

雪意嬌多著水遲(설의교다저수지) 눈은 교태를 띠고 강물에 내리기 싫어하고

千林遠影已離離(천림원영이리리) 온 숲에는 멀어 벌써 그림자가 어른어른

蓑翁未識天將暮(사옹미식천장모) 도롱이 쓴 노옹은 날 저무는 줄도 모르고

醉道東風柳絮時(취도동풍유서시) 취하여 말하길 봄바람에 버들 꽃 날리는 때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