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보(冶父 : 이름의 경우 " 야부"가 아닌 "야보"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의 속성은 추(秋)씨이고 이름은 삼(三)이다. 생몰연대가 불분명하나 宋나라 때 활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도겸선사(道謙禪師)에게 도천(道川)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정인계성(淨因繼成)의 인가를 얻어 임제(臨濟)의 6세손이 되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야보는 특히 금강경을 통해 자신의 선지나 가르침을 후학에게 전했다. 그 전하는 방법은 주로 송이나 시로 이루어졌는데 매우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전하는 활구(活句)가 백미로 통한다. 앞 게송(山堂靜夜...) 간략하게 소개한 바와 같이 야보선사의 게송은 사찰주련에 자주 볼 수 있다. 선시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의 시 2수를 자서해 보았다.
其一.
借婆衫子拜婆門(차파삼자배파문) 노파의 적삼을 빌어 입고 그 문전에 절하니
禮數周旋已十分(예수주선이십분) 예의는 이미 충분히 차린 셈 이라네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는 일지 않고
月輪穿沼水無痕(월륜아소수무흔) 달빛이 물밑을 뚫어도 수면은 흔적이 없네.
이 게송은 1, 2구가 선의 심오한 경지를 읊고 있어 깊이 있는 뜻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3, 4구만으로도 시적 영감이 감전되는 듯한 맛을 짜릿하게 느낀다. 극도로 절제되고 섬세한 의미는 읽을수록 우리를 매료시킨다. 시적이며, 선적인 이미지를 한동안 뇌리에 남아 서정적 요소를 각인시키고 있다.
선사들의 삶과 죽음 문제를 깨치고 난 초월의 경지에서 노래한 시에서 우리는 고도의 정제된 정신적 수준과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자연관조의 결과가 선적으로 착색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이 시를 통해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其二.
似水如雲一夢身(사수여운일몽신) 흐르는 물과 구름처럼 살으리. 꿈같은 내 몸이여
不知此外更何親(불지차외갱하친) 이 외에 다시 무엇과 친한지 알수가 없네
箇中不許容他物(개중불허용타물) 이 낱개 가운데 다른 물건 허용치 않으니,
分付黃梅路上人(분부황매노상인) 황매산의 사람에게 분부하노라.
사조(四祖) 도신(道信) 스님을 뵙고 오조(五祖) 홍인(弘忍)스님이 “이 마음이 너무 괴로우니 한 말씀 해주십시오” 했습니다. 그 때 도신 스님은 “누가 너를 얽어매었느냐?”고 응답하셨습니다. 스승의 이 법문을 듣고 황매산의 홍인스님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물이나 구름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않기 때문에 복덕(福德)이란 것도 의미가 없는 무소유의 경지로 세상이 아무리 혼란하고 시끄러워도 수행자의 마음은 언제나 물과 구름같이 고요하고 한가롭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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