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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서구 독서송근상(李書九 讀書松根上)

이서구의 시로 만자백운계 부지서강구 소와송음하작(晩自白雲溪 復至西岡口 少臥松陰下作 :  저녁 무렵 백운계에서 다시 서강 입구에 이르러 잠시 소나무 그늘에 누웠다가 지은 시) 중 한 詩句를 자서해 보았다.

 

이서구(李書九 1754~1825)는 시에 능해 이덕무(李德懋), 유득공(柳得恭), 박제가(朴齊家)와 함께 사가 시인(四家詩人)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본관은 전주, 자는 낙서(洛瑞), 호는 척재(惕齋)·강산(薑山)·소완정(素玩亭)·석모산인(席帽山人), 1774년(영조 50) 정시문과에 급제한 뒤 사관을 거쳐 지평·초계문신에(持平抄啓文臣) 선발되었고, 1786년 홍문관(弘文館)에 들어갔다. 모역사건(謀逆事件)과 천주교도를 옹호한다는 죄로 한때 유배되었으나, 다시 등용되어 대사성, 대사간, 이조판서, 호조판서, 대사헌, 우의정을 지냈다.

 

晩自白雲溪 復至西岡口 少臥松陰下作(만자백운계 부지서강구 소와송음하작)

 

家近碧溪頭(가근벽계두) 푸른 시내 가까이 집이 있으니

日夕溪風急(일석계풍급) 해 질 녘 시냇가의 바람은 세차네

脩林不逢人(수림불봉인) 긴 수풀 사람은 보이지 않고

水田鷺影立(수전로영립) 논에는 가만히 서있는 백로 그림자

時向返照中(시향반조중) 때로는 저녁 햇살이 되비친 속을

獨行靑山外(독행청산외) 홀로 청산 모롱이 거니노라면

鳴蟬晩無數(명선만무수) 때 늦게 울어 대는 수많은 매미소리

隔林飛淸籟(격림비청뢰) 숲 너머에 흩어지는 맑은 물결소리

讀書松根上(독서송근상) 솔뿌리 위에서 책을 읽으니

卷中松子落(권중송자락) 글 위로 솔씨가 날아와 떨어지네

支笻欲歸去(지공욕귀거) 지팡이 짚고 길을 나서려니

半嶺雲氣白(반령운기백) 저 멀리 고갯마루에 흰구름 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