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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백 장진주(李白 將進酒)

세모의 정이 넘치는 요즘 송년회 등으로 저녁 모임이 잦다. 단연 술자리는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신년에 대한 희망을 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진주는 이백의 대표적인 권주가로 널리 애송되는 시다. 이백은 등용이 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가지고 현실을 즐길 줄 아는 호방함을 지녔다. 이 장진주는 이백의 그러한 개성을 잘 드러내 주는 대표작으로 깊이 있게 음미해 보자.

 

將進酒(장진주 : 술을 권하며..)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고귀한 집 밝은 거울에 비친 백발의 슬픈 모습,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검은 머리 저녁때 눈처럼 희게 됨을!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에서 뜻을 두는 것은 즐거움을 다하는 것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 술통 헛되이 달빛 아래 두지 말지 어다.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이 땅에 보낸 것은 쓸모가 있었 음인 데,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래) 돈이야 흩어졌다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니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락) 염소 삶고 소 잡아 맘껏 즐겨 보세나!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한번 마시기로 작정하면 삼백 잔은 마실 일

岑夫子丹丘生(잠부자단구생) *잠부자여,* 단구선생이여

將進酒君莫停(장진주군막정) 술 권하 거니 잔 멈추지 말게나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그대와 더불어 노래 한 곡 부를 테니

請君爲我側耳聽(청군위아측이청) 그대들은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나 보게

鐘鼓饌玉不足貴(종고찬옥부족귀) 고상한 음악 맛있는 음식 귀 할 것도 없으니

但願長醉不願醒(단원장취불원성) 다만 원컨대 이대로 취하여 부디 깨지 않는 것

古來聖賢皆寂寞(고래성현개적막) 예로부터 성현들도 지금 모두 사라져 없지만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유기명) 오로지 술 잘 마시던 이들의 이름만 남았 다네.

陳王昔時宴平樂 (진왕석시연평락) 그 옛날 *진사왕이 평락관에서의 연회 때

斗酒十千恣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말에 만 냥이나 하는 술도 마음껏 즐겼 다네.

主人何爲言少錢(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은 어찌 돈이 모자라다 하는가

徑須沽取對君酌(경수고취대군작) 어서 가서 술 사 와 그대와 같이 대작하리니

五花馬千金裘(오화마천금구) *오화마, *천금구 따위(멋진 말과 천금의 가죽옷)를

呼兒將出換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 불러 어서 술과 바꾸게 하여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그대와 함께 만고의 시름 잊어보리라.

 

*잠부자(岑夫子) : 잠삼(岑參), 715~770)의 존칭. 당 나라 시인으로 가주자사(嘉州刺史)를 지내어 잠가주(岑嘉州)라고도 함. 일설에는 잠훈(岑勛)을 가리킨다고도 함.

 

*단구생(丹邱生) : 원단구(元丹邱) 선생. 단구(丹邱)는 ‘신선이 산다는 가상적인 곳’을 뜻하기도 함.

 

*진사왕(陳思王) : 위(魏) 나라 조조(曹操)의 둘째 아들이요 문제(文帝)인 조비(曹丕)의 동생 조식(曹植. 192~232). 문인으로 5언시의 기초를 세웠고, 자는 자건(子建) 시호는 사(思)이며 진왕(陳王)에 봉해져 진사왕(陳思王)이라 함.

 

*오화마(五花馬) : 파란 색과 흰색의 무늬가 있는 말. 오화(五花)는 ‘오색(五色)’의 뜻으로 쓰는 경우도 있음.

 

*천금구(千金裘) : 천금같이 비싼 가죽옷

 

시의 마지막 구절인 여이동소만고수(與爾同銷萬古愁) "술을 마시며 그대와 함께 만고의 시름 잊어보리라."의 멋진 표현은 애주가라면 마땅히 한번 쯤은 읊즈려 보았을 것이다.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의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낸 명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