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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의상조사 법성게(義湘祖師 法性偈)

의상(義湘, 또는 義相. 625~702)은 신라시대의 승려로 성(姓)은 김씨(金氏)이며, 아버지는 한신(韓信)이다. 화엄종(華嚴宗)의 개조(開祖)로서 당나라에서 화엄종을 연구하고 돌아와 10여 개의 사찰을 건립하고 화엄의 교종을 확립하는데 힘썼다.

 

의상은 해동화엄(海東華嚴)의 초조(初祖)’라는 별칭처럼 화엄사상의 발전과 보급에 큰 역할을 하였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법성게는 그가 668년에 저술한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 ‘법계도(法界圖)’, ‘법도장(法圖章)’, ‘법성도(法性圖)’, ‘해인도(海印圖)’ 등으로도 불리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는 화엄 사상의 핵심을 7언 30구의 운문(韻文)으로 나타낸 것이다. 게송(偈頌)들은 4개의 ‘회(回)’자 모양의 도인(圖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글자인 ‘법(法)’과 마지막 글자인 ‘불(佛)’이 가운데에서 다시 만나 이어진다. 각 게송(偈頌)과 그것들의 배열은 화엄경(華嚴經)의 근본정신과 깨달음의 과정을 나타내고 있어, 화엄경의 핵심 내용을 가장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내용 중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일체 속에 하나가 있으며,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一中一切多中一一卽一切多卽一)”라는 구절은 모든 것들이 서로 의존하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연기(緣起)를 나타낸다.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 따라 존재하므로 하나가 없으면 일체도 있을 수 없고, 마찬가지로 일체가 없으면 하나도 있을 수 없다. 결국 하나와 일체는 서로를 포용하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하나와 일체가 서로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인정해야 성립할 수 있다는 상입상즉(相卽相入)의 연기설은 모든 개체의 평등과 조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이루어져 고정된 본성이 없으므로 분별이 없는 중도(中道)에 일체의 법이 있게 된다. 또한 중도에 따라 흔들림 없이 본래부터 고요한 법성(法性)을 깨달으면 그를 일러 부처라 한다고 하여, 모든 것이 불성의 현현(顯現)이라는 ‘성기설(性起說)’을 강조한다. 이처럼 의상의 법계연기설(法界緣起說)은 중도를 강조하며 개체의 독자성과 개체 간의 융합을 동시에 인정하는 특색을 지니고 있고, 이는 중생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衆生隨器得利益)는 가르침으로 나타났다.

 

앞서 般若心經 寫經에서 논한 바와 같이 법성게를 사경 형식으로 사서해 보았다

 

의상조사 법성게(義湘祖師 法性偈)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원융한 법성 두 모습 아니로다.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모든 법이 변함없이 본래부터 고요해서

 

無名無相絶一切(무명무상절일체) 이름도 없고 상도 없어서 모든 것이 끊어지니

 

證智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깨닫는 지혜일 뿐 지식으론 알 수 없네

 

眞性甚深極微妙(진성심심극미묘) 참 성품이 매우 깊고 지극히 미묘하여

 

不守自性隨緣成(불수자성수연성) 자성을 따르지 않고 인연 따라 이뤄진다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모두 있고 여럿 속에 하나 있네

 

一卽一切多卽一(일즉일체다즉일)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로다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한 개 티끌 가운데 우주를 담고 있고

 

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모든 티끌 가운데도 우주가 들어있네

 

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한량없는 오랜 겁이 곧 한 생각 찰나이고

 

一念卽是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긴 겁이니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삼세가 서로서로 엉켜있는 모양이나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완연히 섞이지 아니하고 각각 경계 뚜렷하네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초발심 했을 때가 깨달음의 경지이고

 

生死涅槃相共和(생사열반상공화) 생사 열반의 경계가 서로가 조화롭네

 

理事冥然無分別(이사명연무분별) 진리와 현상은 명연하여 분별이 없으니

 

十佛普賢大人境(십불보현대인경) 모든 부처님과 보현보살의 경지로다

 

能仁海印三昧中(능인해인삼매중) 부처님이 해인삼매 그중에

 

繁出如意不思議(번출여의부사의) 뜻대로 불가사의 법을 환히 드러내시고

 

雨寶益生滿虛空(우보익생만허공) 보배 비가 허공에 내려 중생을 이롭게 하니

 

衆生隨器得利益(중생수기득이익) 중생의 그릇을 따라 이익을 얻나니라

 

是故行者還本際(시고행자환본제) 이와 같이 수행하는 자가 근본점에 돌아가려면

 

叵息妄相必不得(파식망상필부득) 망상을 잊지 아니하고는 절대 얻을 수 없네

 

無緣善巧捉如意(무연선교착여의) 분별없는 이 좋은 방편 마음대로 휘어잡아

 

歸家隨分得資量(귀가수분득자량) 근본으로 돌아감에 능력 따라 양식을 얻나니

 

以陁羅尼無盡寶(이다라니무진보) 신묘한 다리니는 다함없는 보배이니

 

莊嚴法界實寶殿(장엄법계실보전) 장엄한 법계는 참다운 보배 궁전이로다

 

窮坐實際中道床(궁좌실제중도상) 마침내 실제의 중도 자리 앉으니

 

舊來不動名爲佛(구래부동명위불) 옛 부터 변함없이 이름하여 부처라고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