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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유원주 몽유산사(劉元柱 夢遊山寺)

유원주(劉元柱. 생몰연대 미상, 조선시대 말 19세기 *여항문학의 대표적 위항시인으로 추정)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꿈속의 풍광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수준 높은 시이다. 

비록 위항시인으로 신분의 한계와 현실을 실감하며, 시를 통하여 순수, 자유, 이상향을 표현하고자 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산사와 백운, 스님과 학을 등장시켜 음미할수록 묘한 감흥을 일으키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몽유산사(夢遊山寺 : 꿈에 산사에서 노닐다)

山寺依然似舊遊(산사의연사구유) 산사는 의연히 예 놀던 때와 변함없고

白雲紅樹擁虛樓(백운홍수옹허루) 흰 구름 단풍나무는 빈 누각을 감싸네

僧歸塔下三更月(승귀탑하삼경월) 삼경의 달 아래 스님은 탑으로 향하고,

鶴立溪邊一點秋(학립계변일점추) 학 노니는 냇가는 한 점의 가을빛이 드리운다

 

*여항문학(閭巷文學) : 조선 후기 서울에서 중인층이 중심이 되어 주도했던 한문학으로 여항문학(閭巷文學)이라고도 한다. 위항(委巷)은 중인 이하 계층을 지칭하던 용어로 신분상 학계나 문단에서 배제되었으나, 17세기 말 위항 문인들은 시사(詩社)를 만들어 18세기에 크게 융성, 문학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고 개화기에 신문화운동에 깊숙이 간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