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석운 서헌순 시 우영(石耘 徐憲淳 詩 偶詠)

석운 서헌순(石耘 徐憲淳  1801~1868) 조선말의 문신으로 자는 치장(穉章) 호는 석운(石耘)이며 본관은 달성(達城)이다.  순조 29년(1829) 문과 급제하여 요직을 두루 거쳐서 공조판서(工曹判書),  전라 경상 감사(全羅·慶尙監司), 예문관 제학(藝文館 提學)을 지냈다. 고종 4년(1867) 휴가를 받아 공주 자운동(公州紫雲洞)에 있다가 이듬해 이조판서(吏曹判書)를 제수(除授) 받았으나 병으로 사퇴했다. 감사로 있을 때 정사(政事)에 청렴결백하며 부결(剖決 : 시비선악을 판단하여 결정함)이 완벽하여 귀신과 같다는 평을 받았다.

 

연 이틀동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집 근처 특용작물을 중심으로 텃밭을 일구고 있는데 올해처럼 과할 만큼 비가 내려 준 적이 없다. 농부입장에선 천금같이 고마운 비다. 지면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 시는 산야(山野)에 머물러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흥(詩興)이 발동하여 지은 작품으로, 지은이의 평화로운 마음과 경관의 천연함이 조화롭게 잘 표현된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우영(偶詠 : 우연히 읊다)

산창진일포서면(山窓盡日抱書眠) 산속 집 창가에서 종일 책 안고 잠들었는데

석정유류자명연(石鼎猶留煮茗烟) 차 끓인 돌솥 주변엔 아직 연기 서려있고

염외홀청미우향(簾外忽聽微雨響) 발 너머 문득 보슬비 소리 정 겹게 들려오는데

만당하엽벽전전(滿塘荷葉碧田田) 못 가득한 연잎에 푸른 물방울 송골송골 맺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