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오르는 새벽 산행 길 옆으로 많은 버섯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장마철 습한 토양에서 돋아나는 여러 가지 빛깔과 모양의 버섯들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람의 눈길을 끌어 고대 사람들은 땅을 비옥하게 하는 ‘대지의 음식물’ 또는 ‘요정(妖精)의 화신(化身)’으로 생각하였으며 수많은 전설이 남아 있다.
또한 버섯은 그 독특한 향미로 널리 식용되거나 또는 약용으로 하는가 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독버섯으로 두려움을 받기도 하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버섯의 맛을 즐겨 ‘신(神)의 식품’이라고 극찬하였다고 하며, 중국인들은 불로장수(不老長壽)의 영약(靈藥)으로 진중하게 이용하여 왔다.
세상에는 2만여 종의 버섯이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것은 1,800여 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독버섯이 흔하고 많기에 독버섯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빛깔이 고운 것, 끈끈이를 내는 것, 줄기가 세로로 갈라지는 것 등이 있으나 모두 예외가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작년에는 지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볼 수 없었던 귀한 자태의 노랑망태버섯은 버섯 중에 가장 아름다운 버섯, 버섯의 여왕이라 불린다.
버섯의 모양이 망태기를 닮아 망태버섯이 됐고, 영어권에서는 드레스버섯이라고 부르며 너무나 아름다워 모두가 사진에 꼭 담고 싶은 버섯이다.
매년 이맘때쯤 주말농장 근처 상행 길 옆에 돋아나는 노랑망태버섯을 올 해는 꼭 보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전 주 아침에 올라 찾아보니 때마침 외롭게 홀로 피어있는 노랑망태버섯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며 한참 머문 적이 있다.
다음날 다시 찾아보니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하루만에 생노병사 즉 자연의 순환에 빠르게 순응할 것일까?
노랑망태버섯의 포자를 퍼뜨리는 방식은 특이하게도 파리 등의 벌레를 이용하기 때문에 벌레를 꾀기 위해 악취를 뿜기에 아름다운 자태에 인간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일까?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며 자연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버섯을 바라보면서 역시 자연은 신비롭고 아름답기에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연이어 함께 살펴볼 위응물(韋應物)의 시 2수는 그의 명성에 걸맞은 시로 음미할수록 잔잔하게 여운이 감도는 시를 감상해 보며 산행도중 마주한 버섯사진과 함께 올려보고자 한다.
장마전후 발생하는 버섯류는 식용여부를 확실하게 구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독버섯으로 인식하여 식용을 금해야 한다.
기전초산중도사(寄全椒山中道士 : 전초산에 머무는 도사에게 부치다)
今朝郡齋冷(금조군재냉) 오늘 아침은 고을 관사도 쌀쌀하여
忽念山中客(홀염산중객) 문득 산에 있는 그대가 생각나네.
澗底束荊薪(간저속형신) 골짜기 흐르는 물아래서 땔나무 하고
歸來煮白石(귀래자백석) 돌아와 저녁을 짓는다네.
欲持一瓢酒(욕지일표주) 한 잔의 술을 들어
遠慰風雨夕(원위풍우석) 멀리 비바람 치는 밤을 위안 삼네.
落葉滿空山(낙엽만공산) 낙엽은 빈 산에 가득한데
何處尋行迹(하처심행적) 어디서 그의 발자취 찾을 수 있으리
기찬율사(寄璨律師 : 찬율사에게 부치다)
遙知郡齋夜(요지군재야) 아득히 먼 산골마을 고요한 밤
凍雪封松竹(동설봉송죽) 얼음 같은 눈 속에 송죽도 얼어붙게 하고
時有山僧來(시유산승래) 때마침 산승이 찾아와
懸燈燭自宿(현등독자숙) 등불 켜놓고 홀로 묵고 있네.
(주변에서 만난 여름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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