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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운수평 쌍청도 화제시 영매(惲壽平 雙淸圖 畵題詩 詠梅)

오늘은 봄의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 답게 비가 내리고 있다. 우수절기는 날씨가 많이 풀려 눈이 녹고 비가 내려 한파와 냉기가 점차 사라지는 시기다.

지난 주말은 작년 땅속에 저장했던 무를 꺼내 살펴보니 다행히 얼지 않고 겨우내 잘 보관되었다. 앞으로도 몇 번의 꽃샘추위를 지내고 나면 완연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남녘에는 유채꽃, 매화가 한창인데 서울 양지바른 곳에는 매화 몇 송이가 피어 외롭게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은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얻고자 하는 지식은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찾은 정보에 대한 신뢰성은 현저히 낮다. 처음 정보를 만들거나 인터넷에 올린 정보가 오류를 가진 내용이라면 이후 다른 사람이 퍼 옮긴 정보는 오류를 양산하며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 같이 순식간에 퍼져 오염된 정보로 도배되기 마련이다.

운수평(惲壽平)의 설중매(雪中梅) 시를 예를 들자면 처음 누군가에 의해 자의적으로 시제(詩題)를 설중매로 정해져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시제가 설중매로 인식되어 마치 시 작가와 무관하게 널리 알려진다면 작가의 입장에서 얼마나 통탄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인터넷에 난무한 잘못된 정보와 오류를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개하고자 하는 운수평(惲壽平)의 매화 관련 시제는 설중매가 아닌 영매(梅) 또는 쌍청도(雙淸圖 : 동양화에서, 매화에 수선화(水仙畵)을 배합한 그림.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문인 화가들이 즐겨 그렸다.) 화제시(畵題詩)로 정정되어야 하겠다.

 

쌍청도 화제시. 영매( 雙淸圖 畵題詩. 梅 : 매화를 읊다)

雪殘何處覓春光(설잔하처멱춘광) 잔설이 남아 있는데 어디서 봄을 찾으랴

漸見南枝放草堂(점견남지방초당) 초당 남쪽 매화 가지에 꽃이 막 피려 하네

未許春風到桃李(미허춘풍도도리) 봄바람이 복사꽃 살구꽃을 피기도 전에

先敎鐵幹試寒香(선교철간시한향) 매 마른 가지에서 먼저 찬 향기 피우네

 

쌍청도 화제시 원문(雙淸圖 畵題詩 原文)

雪晴何處覓春光(설청하처멱춘광) 눈 온 뒤 맑게 개인 날 어디서 봄을 찾으랴

繞見南枝破曉霜(요견남지파효상) 새벽 찬 서리 마다하고 남쪽 매화 가지 둘러보니

未許春風到桃李(미허춘풍도도리)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을 피기도 전에

先敎鐵幹試寒香(선교철간시한향) 매 마른 가지에서 먼저 찬 매화향기 피우네

 

운수평(惲壽平. 1633 ~ 1690)은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의 문인화가로 상주(常州, 장쑤성(江蘇省) 무진(武進))출신이다. 초명을 격(格), 자를 수평(壽平), 호는 남전(南田)이며, 사왕오운(四王吳煇 : 왕시민(王時敏)·왕감(王鑑)·왕원기(王原祁)·왕휘(王翬)를 4왕(四王)이라 하고, 오역(吳歷)·운수평(惲壽平:南田)을 오운(吳惲)이라 칭하여, 이 여섯 사람을 통틀어 말하는데 ‘청초(淸初)의 6대가)의 한 사람으로 부(父)는 운일초(惲日初), 숙부에 문인화가 운향(惲向)이 있다. 일찍 과거시험을 단념하고 부호 당반원(唐半園)의 비호 아래 그림으로 생계를 세우면서 평생을 보냈다. 왕휘(王翬)와 친교가 있고, 그 인연으로 왕시민(王時敏)의 문하에 들어갔다. 산수화가로서도 유명하나 중년 이후 화훼 전문으로 옮겨 출신지의 상주초충화(常州草蟲畵 : 중국 명(明) 나라 때에 창저우(常州)를 중심으로 일어난 화풍(畵風))의 전통을 밟은 몰골화법(沒骨畫法 : 동양화에서 채색화법의 일종. 형체의 윤곽선(골법(骨法])을 사용하지 않고 색채의 농담 만으로 그리는 것)을 완성시켜 이후의 화조화에 영향을 주었다. 대표작은 산수화훼화책(山水花卉畵冊)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