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점심식사 후 주변을 함께 걷는 동료 한 분과 담소를 나누는 중 그분이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여동생 남편을 ‘○서방’이라 부르고 ○서방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형님’이라 하는데 과연 올바른 호칭인가에 대하여 예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는 잘못된 호칭이기에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 오랫동안 수모를 당할 것이라는 농담에 주고받은 적이 있다.
곧 다가올 설 명절에 가족친지가 모이기 마련이다.
친가와 외가를 찾다 보면 가족, 친지 간 호칭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나를 중심으로 누나의 남편을 호칭할 때 '자형(姉兄)'이라고 한다. 그럼 매형(妹兄), 매부(妹夫), 매제(妹弟) 호칭 구분은 어떻게 다른가? 한문의 뜻을 빌리자면 누나의 남편은 대체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기에 ‘누이 자(姉)’에 형님 뻘 되기에 당연히 자형(姉兄)이 올바른 호칭이고 여동생의 남편이 나이가 비슷한 경우에는 '매부(妹夫)'라는 호칭이 적합하며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동생의 남편은 당연히 '매제(妹弟)'라고 호칭하여야 한다. 정확히 따지자면 매형(妹兄)은 여동생의 남편이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경우 부르는 호칭이어야 한다. 충청지방에는 이를 무시하고 자형과 매형을 같은 의미로 호칭하기도 한다.
모두 형제자매(兄弟姉妹)에서 파생되었기에 그 뜻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되는 호칭이다.
이런 설명에도 동료께서 ‘○서방’의 호칭을 ‘매형(妹兄)’이라고 고치고 ‘형님’ 호칭을 처남(妻男)으로 서로 고쳐 호칭한다는 것이 여간 어색하기에 저승에서 수모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습관대로 그냥 이전과 같이 호칭하겠다고 한다. 평소 사용하던 호칭(呼稱)을 개칭(改稱)하긴 어렵다.
처가를 호칭할 경우에는 처의 언니는 당연히 '처형(妻兄)'이고 처의 남자형제를 '처남(妻男)', 처의 여동생은 '처제(妻弟)'라고 한다. 그러나 처남이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 처남으로 부르기 다소 어색함이 있기에 그냥 ‘형님’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색함을 줄이고자 손위처남을 경어(敬語)‘님’ 자를 붙여 ‘처남님’으로 부르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처남댁을 ‘처남댁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서지간(同壻之間)에는 손위동서는 ‘형님’으로 호칭하며 손아래 동서는 편하게 ‘동서’ 또는 ‘○서방’으로 부른다.
단, 남에게 소개할 경우에는 '손윗동서', '손아래 동서'를 구분하며, 처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손윗 처남', '손아래 처남'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어떤경우에는 처갓집 기준으로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손윗동서를 호칭할 경우 형님으로 칭하지 않고 그렇다고 동생으로 호칭하기에는 다소 어색함이 있어 그냥 '동서님' 또는 '동서께서' 라는 존칭을 붙이면 무방할 것이다.
본가(시가)의 경우 나이에 불문하고 며느리들의 서열은 나이에 상관없이 남성의 서열에 따라야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연암선생의 원조대경(元朝對鏡) 시는 설날 아침 거울을 보며 모습은 늙어가지만 어린아이 같이 즐거운 설명절을 맞이하고픈 심정을 읊었다.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에 대하여는 앞서 2회 소개한바 있다.
연암 박지원 연암억선형(燕巖 朴趾源 燕巖憶先兄) (tistory.com)
연암 박지원 전가(燕巖 朴趾源 田家) (tistory.com)
원조대경(元朝對鏡 : 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네)
忽然添得數莖鬚(홀연첨득수경수) 홀연히 수염발이 희끗희끗 늘었는데
全不可長六尺軀(전불가장육척구) 6 척키는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네.
鏡裏容顔隨歲異(경리용안수세이) 거울 속 얼굴은 해마다 달라지지만
稚心猶自去年吾(치심유자거년오) 유치한 마음은 작년의 나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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