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명이 “고전과 전원”이다. 앞서 고전적 요소와 전원적 요소를 함께 찾아가며 함께 배우면서 익히고, 때론 그 속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자 함이다.
하지만 현실(現實)의 삶은 현재 세종시에서 IT(정보통신) 분야 감리업무를 수행 중에 있다. 아무리 이상(理想)이 좋다고 하나 만족 상태의 지속, 시간 소모적, 보람이 없는 삶은 나태함과 무료함으로 금방 실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현실은 경제적 활동이요 이상은 말 그대로 생각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그 이상을 찾고자 하는 목표가 고전과 전원이다.
오래전 신문에 난 기사가 정사야합주 소독고인서(精舍野合酒 笑讀古人書)라는 내용을 기억에 담고 있었는데 그때의 나름 해석은 낮에는 정진하면서 때론 밭을 일구며 서로 모여 술에 취하고 밤에는 옛사람이 남긴 글을 읽으며 입가에 미소 짓는다.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찾아보니 정사야합주 가 아닌 취가전사주(醉歌田舍酒)였다. 내용상 큰 차이는 없으나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글귀이다.
이 시는 당인(唐人) 왕유(王維 699?~761?)의 송맹육귀양양(送孟六歸襄陽 : 양양으로 돌아가는 맹 선생을 보내며)이다. 맹육(孟六)은 맹호연(孟浩然 689~740)을 말하는데 과거를 보기 위해 장안(長安 : 현재 陜西省 西安)까지 멀리서 왔으나 낙방하여 고향인 양양으로 돌아가는 맹호연을 보내며 지은 송별시이다.
준비가 기회를 만들 듯이 나름 주말에는 텃밭을 일구며 동인들과 함께 땀 흘린 후 막걸리 한잔에 취하고 밤에는 글 쓰며 고인의 흔적을 찾아 그들이 남긴 숨결 느껴보며 입가에 미소 짓는 이상 속에 현실을 찾고자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기회가 찾아올 그날을 기대하며 왕유 시를 자서해 보았다.
송맹육귀양양(送孟六歸襄陽 : 양양으로 돌아가는 맹 선생을 보내며)
杜門不復出(두문불복출) 문 닫고 다시 나가지 않으며
久與世情疏(구여세정소) 오래 세상의 정과 소원했는데
以此爲長策(이차위장책) 이렇게 지내는 것도 훌륭한 방편이라서
勸君歸舊廬(권군귀구려) 그대에게 귀향을 권하네
醉歌田舍酒(취가전사주) 밭에서 일하며 술에 취해 노래하고
笑讀古人書(소독고인서) 옛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미소 지으며
好是一生事(호시일생사) 한평생 그렇게 사는 것도 좋지 않소
無勞獻子虛(무로헌자허) 괜히 *자허부(子虛賦) 지어 바칠 수고로움도 없다네
*자허(子虛)는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황제에게 올린 “자허부(子虛賦)”를 말한다. 중국 왕조에서는 문필가들이 황제에게 시문(詩文)을 지어 바쳐서 벼슬을 얻는 일이 많았다. 두보(杜甫)도 현종(玄宗)에게 “삼대예부(三大禮賦)”를 바치고 벼슬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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