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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백 산거춘일(王伯 山居春日)

연일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히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는 유래 없는 울진 큰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만물의 소생을 촉진하는 고마운 단비다.

개인적으로는 전주 화요일 초기 목감기 증상으로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퇴근 무렵 약국에 들러 충분한 약과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 숙소에 머물며 수시 자가진단키트로 확인 결과 3일 후 양성반응이 나옴에 따라 대외 접촉을 차단하고 즉시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받고 다음날 확진 판정을 통보받았다. 하필이면 내가 걸리다니… 누구로부터 감염되었는지 추적해 보았으나 가족은 물론 감염원을 찾지 못하였으며, 아마도 감리검측(監理檢測) 과정에서 시공 근로자로부터 감염되었다고 판단된다. 초기 증상 발생 즉시 사무실 동료나 동선이 겹치는 모든 분들께 연락하여 사실을 통보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증상이 나타나거나 감염자가 발생치 않아 나름 초기 대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은 조금 심한 목감기 수준으로 확정판결 3일 후 모든 증상이 사라졌으며, 현재는 정상과 다름없다. 본의 아니게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외부로 나갈 수 없어 답답하지만 이왕지사 책 보며, 글 쓰며, 나만의 편안한 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마스크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어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한다면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왕백(王伯)의 시 산거 춘일은 산속에 살면서 어느덧 봄이 왔음을 읊은 시로 완연한 봄을 맞이하여 남녀노소가 봄의 흥취에 취해 즐거워하는 모습에 한 노인을 등장시켜 멋지게 풀어낸 작자의 시상(詩想)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거춘일(山居春日 : 시골의 봄날)

村家昨夜雨濛濛(촌가작야우몽몽) 산마을 지난밤 부슬부슬 봄비 내리니

竹外桃花忽放紅(죽외도화홀방홍) 대밭 너머 복사꽃 붉은 망울 터뜨렸네

醉裏不知雙鬢雪(취리부지쌍빈설) 낮술에 취한 노인은 나이 잊고서

折簪繁萼立東風(절잠번악입동풍) 봄바람에 꽃 꺾어 머리에 꽂네

 

왕백(王伯, 1277~1350)은 고려 후기 우사의대부(右司議大夫), 집의(執義), 사복정(司僕正)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강릉 출신, 본성은 김씨(金氏), 초명은 김여주(金汝舟)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의 후손으로 왕 씨는 사성(賜姓)이다.

충렬왕 때 문과에 급제하고, 충숙왕 초 규정(糾正)을 거쳐 1321년(충숙왕 8) 좌사보(左司補)가 되었다. 이때 서경낭장(西京郎將)으로 있던 폐인(嬖人 :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귀염을 받는 사람) 이인길(李仁吉)의 첩부(妾父) 최득화(崔得和)가 수주(隨州)의 수령에 임명되었는데, 우사보 이청(李菁)과 함께 그의 고신(告身 : 조정에서 내리는 벼슬아치의 임명장)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도(海島)에 유배되었다.

뒤에 우사의(右司議)·밀직부사·집의(執義)를 지냈고, 1339년(충혜왕 복위년) 조렴(趙廉) 등과 함께 조적(曺頔)의 난에 가담하였다가 난이 진압되자 이듬해 파직당하였다.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린 복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