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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여류문인 정일당 강씨 시 몇 수(女流文人 靜一堂 姜氏 詩 몇 首)

정일당 강씨(靜一堂 姜氏. 1772∼1832) 조선 후기의 여류문인으로 본관은 진주(晉州). 호는 정일당(靜一堂). 충청북도 제천 출신. 아버지는 강재수(姜在洙)이며, 어머니는 안동 권씨(安東權氏)로 권서응(權瑞應)의 딸이다. 윤광연(尹光演)의 부인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효성이 지극하였다. 20세에 출가한 뒤 집이 가난하여 바느질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남편을 도와 함께 공부하였다. 경서에 두루 통하였으며, 시문에 뛰어나 당시에 문명(文名)이 높았다. 시는 대개 학문 또는 수신(修身)에 관한 내용이 많다.

 

또, 글씨에 능하여 홍의영(洪儀泳)·권복인(權復仁)·황운조(黃運祚) 등의 필법을 이어받았으며, 특히 해서(楷書)를 잘 썼다. 사람들이 그의 남편에게 글을 청하면 대신 지어주는 일이 많았다. 이직보(李直輔)가 그의 시 한수를 보고 매우 칭찬하였는데, 이 소문을 듣고 저술을 일체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 저서로는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 1 책이 있다.

 

새해를 맞은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한해의 마지막 날인 除夕이다. 지금은 除夜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앞서 조현명의 제석감음(趙顯命 除夕感吟)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해를 마감하는 심정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다. 새해에 다짐했던 희망은 흐르는 시간 속에 무뎌지고 반성과 후회가 앞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정일당 강씨 또한 51세를 하루 앞둔 섣달 그믐날에 지은 시 제석감음은 한 해를 돌이켜보며 보낸 허송세월에 대한 소회와 신년을 기약하며 새롭게 전진하고자 하는 심정을 담고 있다. 시문에 뛰어났던 그녀가 남긴 시 몇 수를 살펴보며 自書와 함께 희망찬 己亥年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경차존고지운일당(敬次尊姑只韻一堂 : 존경하는 시어머니 只一堂의 운을 빌려)

春來花正盛(춘래화정성) 봄 되면 꽃은 화려하고

歲去人漸老(세거인점노) 세월 가면 사람도 늙어가네

歎息將何爲(탄식장하위) 탄식한들 무엇 하리

只要一善道(지요일선도) 다만 하나의 선행이라도 닦아보리다

 

청추선(聽秋蟬 : 가을매미 소리를 들으며)

萬木迎秋氣(만목영추기) 온갖 수목은 가을 기운 맞는데

蟬聲亂夕陽(선성난석양) 해 지는 저녁매미소리 요란하구나

沈吟感物性(침음감물성) 사물의 이치에 깊게 잠기어

林下獨彷徨(임하독방황) 숲 아래에서 홀로 방황 하노라

 

야좌(夜坐 : 밤에 홀로 앉아)

夜久群動息(야구군동식) 밤 깊어 온갖 무리들은 휴식을 취하고

庭空晧月明(정공호월명) 빈 뜰엔 맑고 밝은 달빛만 비치네

方寸淸如洗(방촌청여세) 내 마음 맑기가 물에 씻은 듯

豁然見性情(활연견성정) 확연히 나의 참모습을 보고 있다

 

제석감음(除夕感吟 : 섣달 그믐날에 읊다)

無爲虛送好光陰(무위허송호광음) 한 일 없이 좋은 시절 헛되이 보내고

五十一年明日是(오십일년명일시) 내일이면 내 나이 쉰한살

中宵悲歎將何益(중소비탄장하익) 한밤 슬피 탄식한들 무슨 소용이랴

且向餘年修厥己(차향여년수궐기) 또한 남은 여생 오직 수양하며 보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