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은 이숭인 시 신설(陶隱 李崇仁 詩 新雪)

도은 이숭인에 대하여는 앞 제승사에서 언급하였기에 참고 바랍니다.

오늘 출근길에 함박눈이 내렸다. 새록새록 쌓이는 눈은 출근하는 발길을 재촉하지만 들뜬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주변을 새하얗게 뒤덮고 있어 겨울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량이 내렸다. 세모의 길목에 눈이 내리면 떠오르는 시가 이숭인의 신설이다. 눈 내린 들녘의 아름다운 풍광을 멋지게 담아낸 도은선생의 탁월함에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 서정적 상념에 잠겨보리라.

 

신설(新雪 : 첫눈)

蒼茫歲暮天(창망세모천) 아득한 세모의 하늘에

新雪遍山川(신설편산천) 첫눈이 산천에 두루 내렸네

鳥失山中木(조실산중목) 새들은 산속 나무에 쉴 곳을 잃었고

僧尋石上泉(승심석상천) 스님은 돌 위의 샘물을 찾네

飢烏啼野外(기오제야외) 굶주린 까마귀 들녘에서 울어대고

凍柳臥溪邊(동류와계변) 얼어붙은 버드나무 시냇가에 누워있네

何處人家在(하처인가재) 어느 곳에 인가가 있는가?

遠林生白煙(원림생백연) 멀리 숲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