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서예인에게 구노(具老)의 도(道)로서 퇴필여산(退筆如山 : 다 써 달아버린 붓이 산을 이룸)의 의미를 강조하였고 추사(秋史)선생께서도 벼루 3개는 구멍을 낼 정도로 수많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쳐서 비로서 나름의 경지를 이룬다고 했다.
소개하고 하는 소동파(蘇東坡)의 시 유씨이외생구필적(柳氏二外㽒求筆跡) 2수 중 한 수로 1074년 당대(唐代) 명필인 유공권(柳公權. 778~865)의 후손 유근(柳瑾)의 집에서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참석한 소동파에게 유근의 두 아들이 글씨를 청함에 따라 써준 시로 퇴필여산의 뜻을 살펴보고자 한다. 같은 의미로 퇴필총(退筆塚), 패필성구(敗筆成丘)가 있다.
칠언절구 중 주로 앞 두 구절을 인용하기도 한다.
柳氏二外㽒求筆跡(유씨이외생구필적 : 유씨 두 조카가 필적을 요구하다) 其 一首.
退筆如山未足珍(*퇴필여산미족진) 몽당붓이 산더미 같아도 진귀할 것 없고
讀書萬卷始通神(독서만권시통신) 독서 만권을 읽어야 비로소 신통한 경지를 이룬다
君家自有元和脚(군가자유*원화각) 그대 가문은 원래 선대의 필법이 있는데
莫厭家雞更問人(막*염가계갱문인) 가법을 버리고 남에게 다시 묻지 마시게
*퇴필여산(退筆如山) : 수(隋)의 명필 지영(智永:왕희지 7대손)스님이 글씨연습으로 쌓인 봉당붓이 수천개나 되어 필총(筆塚)을 만들어 주었다는 고사를 인용.
*원화각(元和脚) : 당나라 명필 유공권(柳公權)의 필법. 唐의 유우석(劉禹石)이 시를 지어 줄 때 유공권의 필법을 장난삼아 칭한데서 유래.
*염가계(厭家雞) : 염가계 애야치(厭家雞 愛野雉)를 이르는 말로 집닭을 싫어하고 들꿩을 좋아한다는 말. 자기것은 경시하고 남의 것을 탐낸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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