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암 허경윤(竹庵 許景胤 1573~1644)조선 인조 때 학자로 본관은 김해(金海), 자는 사술(士述). 호는 죽암(竹庵)이시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뜻을 두었으며,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모친을 모시고, 경상남도 함양군(咸陽郡)으로 피난하였는데 이 때 왜적들이 수로왕릉(首露王陵)을 도굴하고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는 장정들을 소집한 후 관병들과 합세하여 왜적들을 몰아 내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체찰사(體察使) 이원익(李元翼)에게 청원하여, 조정에서 망제례 (望祭禮)를 지내도록 건의하였고, 전란이 평정된 이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감사(監司)에게 청원하여, 수로왕릉을 봉축(封築)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 후 순릉참봉(順陵參奉), 예빈시직장(禮賓寺直長) 등에 제수 되었지만, 모두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고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였다. 외재(畏齋) 이후경(李厚慶), 조은(釣隱) 한몽삼(韓夢參) 등과 교유하며 학문을 토론하였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아들을 보내어 의병을 일으키게 했으나 미처 군사를 일으키기 전에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죽암(竹庵)이라고 자호(自號)하며 세상 일과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그가 만년에 유거(幽居)하며 자음시(自吟詩) 산거는 마치 당(唐) 시풍을 연상케 하는 서정성과 청담(淸淡)한 맛이 풍겨나는 멋진 시를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山居(산거 : 산에 살면서)
柴扉尨亂吠(시비방난폐) 사립문엔 삽살개 요한히 짖고
窓外白雲迷(창외백운미) 창밖엔 흰 구름 떠도네
石徑人誰至(석경인수지) 이 험한 돌길을 누가 찾아오리
春林鳥自啼(춘림조자제) 봄 숲에선 새들만 지저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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