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변계량 신추우야(卞季良 新秋雨夜)

변계량(卞季良 1369∼1430)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밀양(密陽). 자는 거경(巨卿), 호는 춘정(春亭). 아버지는 검교판중추원사(檢校判中樞院事) 변옥란(卞玉鸞)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네 살에 고시의 대구(對句)를 외우고 여섯 살에 글을 지었다. 1382년(우왕 8)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는 생원시에도 합격하였다. 1385년 문과에 급제, 전교주부(典校注簿)·비순위정용랑장(備巡衛精勇郎將) 겸 진덕박사(進德博士)가 되었다.

 

1407년(태종 7) 문과중시에 을과 제1인으로 뽑혀 당상관에 오르고 예조우참의(禮曹右參議)가 되었다. 이듬해 세자좌보덕(世子左輔德)이 되고, 그 뒤 예문관제학·춘추관동지사 겸 내섬시판사·경연동지사 등을 거쳐, 1415년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이 되었다.

 

1420년(세종 2) 집현전이 설치된 뒤 그 대제학이 되었고, 1426년에 우군도총제부판사(右軍都摠制府判事)가 되었다. 특히 문장에 뛰어나 거의 20년 간 대제학을 맡아 외교 문서를 작성하였다. 과거 시관으로 지극히 공정을 기해 고려 말의 폐단을 개혁하였다.

 

고려 말 조선 초 정도전(鄭道傳)·권근으로 이어지는 관인 문학가의 대표적 인물로서 화산별곡(華山別曲) 태행태상왕시책문(太行太上王諡冊文)을 지어 조선 건국을 찬양하였다. 저서로 춘정집(春亭集) 3권 5 책이 전한다.

 

그 외 역대 신하들의 말이나 행실로써 경계가 되고 본받을만한 것을 모아 쓴 정부상규설(政府相規說)이 있다. 청구영언에 시조 2수가 전한다. 거창의 병암서원(屛巖書院)에 제향 되었으며,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霜降이라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한낮은 따스한 가을 햇살로 황금들녘을 짙게 물들인다. 600백여년전 春亭先生이 읊은 가을비 내리는 밤의 시를 보면서 세월을 지났지만 그 시절 그때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古今이 동일하다.

 

신추우야(新秋雨夜 : 초가을 비내리는 밤)

忽忽逢秋意易悲(홀홀봉추의역비) 홀연히 가을 되자 생각이 슬퍼지고

坐看楓葉落庭枝(좌간풍엽낙정지) 앉아서 바라보니 뜰 나뭇가지에서 단풍잎 떨어진다

算來多少心中事(산내다소심중사) 지나온 심중의 여러 일들을 가만히 생각하는데

月暗疎窓夜雨時(월암소창야우시) 달빛 어두움 성긴 창가에 밤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