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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동방규 소군원(東方虬 昭君怨)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유래

동방규(東方虬. 생졸년대 미상) 초당 시인(初唐 詩人)

 

소한이 지났지만 한겨울의 정점에서 여전히 매서운 날씨이다. 흔히 입춘이 지났지만 꽃샘추위가 왔을 때 봄은 왔으나 봄같이 않다. 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놓인 환경이나 상황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빗대여 사용하는 그 말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소군(王昭君)은 중국 역사상 4대 미인(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중 비운의 여인으로 유명하다.

때는 전한(前漢)의 원제(元帝) 시대. 한나라는 흉노와의 화친을 위해 후궁을 흉노의 추장에게 시집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예쁜 후궁을 주기는 아까워서 그 중 가장 못생긴 자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원제는 평상시에 가까이 할 후궁을 고르기 위해 화가인 모연수(毛延壽)에게 초상화를 그려두게 하였다. 임금의 총애를 받고자 모두들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쳐 예쁘게 그려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미모에 자신이 있었던 왕소군은 뇌물을 쓰지 않았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모연수는 실물보다 훨씬 못생기게 그렸다. 초상화를 보고 선택한 후궁이 바로 왕소군. 떠나보내는 날 실물을 본 원제는 그 미모에 가슴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화가 난 원제는 모연수를 처형하고 말았다.

흉노 추장에게 시집간 왕소군은 늘 고국 한나라를 그리며 시름에 쌓여 몸이 야위고 허리띠가 느슨해졌다. 보통의 여자들 같으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느라고 하겠지만 자신은 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시의 속뜻이다. 이 비운의 여인을 위해 후대에 이백(李白)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인들이 그를 애석해하는 시를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동방규의 이 작품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특히 '춘래불사춘' 못지 않게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도 옛날에 언어유희로 많이 회자(膾炙)되던 구절이다.

 

소군원(昭君怨 : 왕소군의 원망)     - 동방규(東方虬)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화초도 없어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네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자연스레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몸매 관리 때문이 아니라네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 야위어진 몸이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