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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구양수 풍락정유춘(歐陽脩 豊樂亭游春) 3首

구양수(歐陽脩. 1007~1072)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 겸 문인으로 당송 88 대가의 한 사람으로, 자는 영숙(永叔), 호는 취옹(醉翁), 시호는 문충(文忠)이며 시와 글씨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한림원학사(翰林院學士) 등의 관직을 거쳐 태자소사(太子少師)가 되었다. 송나라 초기의 미문조(美文調) 시문인 서곤체(西崑體)를 개혁하고, 당나라의 한유를 모범으로 하는 시문을 지었다. 구양수는 다방면에 관심과 흥미를 가졌는데 바둑에도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특히 서예(書藝)에 조예가 깊어 '구양수체'라는 서체가 있을 만큼 뛰어났다. 그의 문장과 시는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으며 후대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집으로(구양문충공집) 153권이 있다. 신당서(新唐書), 오대사기(五代史記)의 편자이기도 하며, 오대사령관전지서(五代史伶官傳之序)를 비롯하여 많은 명문을 남겼다.

오늘은 음력으로 3월 말이다. 꽃피는 춘삼월이 지나가고 있는 하루가 아쉬운 나날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구양수의 풍락정유춘(豊樂亭游春 : 풍락정에서 봄을 즐김) 3 수로 본인을 태수(太守)에 비유하여 오늘 같은 봄날의 정취를 잘 표현한 시를 해서와 행서를 곁들여 자서해 보았다.

 

其一 .

綠樹交加山鳥啼(녹수교가산조제) 푸른 나무는 엉켜 있고 산새는 지저귀는데

晴風蕩漾落花飛(청풍탕양낙화비) 산뜻하게 바람 부니 꽃잎이 흩날린다

鳥歌花舞太守醉(조가화무태수취) 새는 노래하고 꽃은 춤추고 태수는 취했는데

明日酒醒春已歸(명일주성춘이귀) 내일 술에서 깨면 봄은 이미 지나간 뒤이리라.

 

其二.

春雲淡淡日輝輝(춘운담담일휘휘) 봄철의 구름은 담담하고 해는 눈부시게 빛나며

草惹行襟絮拂衣(초야행금서불의) 풀은 행인의 옷깃을 끌고 버들 솜은 옷을 스친다

行到亭西逢太守(행도정서봉태수) 서쪽 정자에 이르러 태수를 만나고 나서

藍輿酩酊揟花歸(남여명정서화귀) 취하여 가마 타고 꽃을 꺾어 들고 돌아온다

 

其三.

紅樹靑山日欲斜(홍수청산일욕사) 청산에 지는 해는 숲을 붉게 물들이고

長郊草色綠無涯(장교초색록무애) 넓은 들판은 새싹에 덮여 끝없이 푸르러라. 

游人不管春將老(유인불관춘장로) 행인들은 저무는 봄 아랑곳하지 않고 

來往亭前踏落花(내왕정전답낙화) 사람들은 정자 앞을 오가며 떨어진 꽃잎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