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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백거이 시 몇 수(白居易 詩 몇 首)

백거이(白居易, 766-826) 중당시대(中唐時代)의 시인.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시호는 문(文)이다. 백거이는 지금도 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시인으로 그의 인품과 문학적 성과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가 남기 작품의 수는 대략 3,840편이라고 하는데 작품 하나하나마다 시대적 애환과 함께 오묘한 뜻이 담겨져 있다. 그 중 몇 시 수를 통해 그의 일면목을 살펴보고자 하며, 향산거사에 대하여는 앞 백거이 시 대주 2(對酒 2)에서 간단하게 소개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 : 고원초의 이별시를 지어 부침)

離離原上草(이이원상초) 무성한 초원의 풀들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해마다 자라고 시드는데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들 불도 다 태우지 못하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봄바람 불면 또다시 돋아나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멀리 뻗은 방초는 옛길을 덮었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맑은 하늘의 푸른 빛은 황성에 닿았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또 다시 그대를 전송하여 보내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봄풀 우거진데 이별의 정만 가득하구나

 

위 시는 백거이가 열여섯 살 때 과거시험을 치르러 처음 장안에 왔는데 당시 소주 태수 위응물(韋應物)이 그를 大詩人 고황(顧況)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자기가 쓴 시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을 보였다. 이 시를 본 고황은 아주 훌륭한 시라고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때부터 그의 이름을 날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鶴)

人各有所好(인각유소호)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바 있지만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만물은 항상 당연하다는 것이 없도다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누군가 너의 춤추는 자태 좋다 하지만

不如閒立時(부여한립시) 한가히 서있는 때의 그 모습만 못하리

 

야우(夜雨 : 밤비)

早蛩啼復歇(조공제복헐) 새벽이 되니 귀뚜라미도 울다 다시 쉬는데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 꺼질 듯 말 듯 호롱불이 흐려졌다 또 밝아진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창 밖에 밤비 내림을 아는 것은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 파초가 먼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설야(雪夜 : 밤새 내린 눈)

이아금침랭(已訝衾枕冷) 아, 왠지 잠자리의 한기가 느껴져

부견창호명(復見窓戶明) 다시 보니 창문의 빛이 환하구나

야심지설중(夜深知雪重) 깊은 밤 하염없이 눈 내림 알겠는데

시문절죽성(時聞折竹聲) 이따금 쌓인 눈에 대나무 꺾이는 소리 들려오네

 

초동린(招東鄰 : 동쪽 이웃을 초대하며)

小榼二升酒(소합이승주) 작은 통에 담긴 두 되의 술

新簟六尺床(신점륙척상) 새 대자리 깔린 여섯 자의 평상.

能來夜話否(능내야화부) 오셔서 밤에도 얘기 않으리오

池畔欲秋涼(지반욕추량) 연못가는 지금 서늘한 가을 이라네.